블랙아웃 재연? 예비전력 '위태위태'

산업1 / 양혁진 / 2012-11-09 18:13:06
한수원 관리시스템 '구멍'…김균섭 사장 “선수습 후사퇴”

영광 원전 5·6호기의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올 겨울 ‘블랙아웃’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문제를 일으킨 부품을 교체하고 정비하기 위해선 연말까지 가동 중지가 불가피해 보인다. 1기의 발전소만 추가 고장을 일으켜도 블랙아웃의 악몽이 또다시 현실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올해 잇따라 터져나온 비리에 한수원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지휘라인에 있는 한전 지도부 모두가 사퇴해야 한다"는 박완주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그러나 당장 사퇴하라는 박 의원의 촉구에는 "수습을 하고 물러나는 것이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수습하고 있는 과정이다. 제가 수습하고 언제든지 물러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비상상황을 인식하고 전력 예비력 확보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지만, 올 겨울은 혹독한 한파가 예고되어 있어 동계전력 수요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통해 방사능 누출 등 원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있는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대선후보들도 원전을 대체하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 관리시스템 구멍... 김균섭 사장 “수습후 사의표명”
지난해 9월 15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뒤늦게 찾아온 무더위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국은 블랙아웃이라는 핵폭탄을 두들겨 맞았다.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비전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전력거래소가 순차적으로 지역별 순환 정전을 시행한 것.


이로 인해 전국 162만 가구와 신호등, 은행, 병원 등 곳곳에서 전기가 끊기면서 시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혼란에 빠졌다. 9.15사태 당시 피해자는 75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43%나 됐다. 피해자들은 당시 경실련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씩 최고 14조원을 넘을 정도로 피해는 막대했다.


하지만 이번 원전 가동 중단은 그 성격이 다르다. 갑작스런 수요량 급증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는 일부 부품이 가짜였다는 충격적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원전 관리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8개 부품업체가 2003년부터 올해까지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보증서 60건을 위조, 237개 품목의 7682개 제품을 납품했다. 엉터리 부품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영광원자력발전소 5, 6호기는 문제의 부품을 전면 교체하기 위해 일단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이처럼 원전의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당장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는 블랙아웃의 우려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블랙아웃의 공포는 전력수요량이 최고점을 찍는 시기변천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과거 무더위로 인해 8월에 정점을 찍는것과 비교해 최근 1-2년 사이엔 1월로 집중되고 있는 것. 정부는 이번 겨울을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이르면 12월 초에 가동중지된 영광 원전 2기중 한곳을 가동하고, 오송복합단지에 건설 중인 LNG발전소 역시 준공을 2개월 앞당겨 올해 안에 발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단은 블랙아웃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다음주에 이와 관련된 동절기 전력수급 비상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연말까지는 영광원전 5,6호기가 재가동되면서 블랙아웃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꼭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만 전력을 제한해서 대부분의 기업들과 국민들은 부담을 지지 않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여론의 불신이 폭발하면서 원전에 대한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국가전력기본계획에서 원전의 비중을 대폭 줄이자는 정치권의 요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 새로운 원전? NO! 신재생 에너지 각광
대선주자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책공약에서 “원전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며 “기존 원전은 국민의 안전과 환경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철저하게 관리하되, 새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한걸음 더 나아가 원전의 새로운 건설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후보는 “원전은 더이상 안전하지도, 값싸지도 않다”며 “고리 1호기 등 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은 가동을 중단하고, 이미 착공에 들어간 원전 외에는 추가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간의 힘으로는 원자력의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원전을 제외한 신재생 에너지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신재생 에너지는 기존의 석탄 석유를 대체하는 태양광·태양열·풍력·지열·바이오매스·연료전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근간으로 한다. 이 중 한국은 화학산업을 기초로 하는 태양광과 중공업을 기반으로 하는 풍력에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신재생 에너지 원천 기술에 뛰어들면서 활발한 국내외 시장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아직은 국내의 에너지 수급현실을 놓고 볼때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난의 의견도 적지 않지만, 원전에 대한 우려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권의 강한 드라이브가 이어질 경우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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