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우후죽순, '자영업 대란' 주범

산업 / 양혁진 / 2012-11-09 18:04:12
CU·GS25·세븐일레븐, 골목대장 쟁탈전

베이비붐 세대인 김모씨(55)는 지난 6월 회사를 그만두고 중랑구에 편의점을 창업했다. 편의점 창업이 저비용으로 누구나 꾸려갈 수 있는 창업계의 우량주라는 말을 듣고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불과 반년만에 200미터 안팎 거리에 편의점 2곳이 새로 들어선 것. 매출은 40%이상이 빠져나갔다.


용인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박모씨(42)는 반대의 경우에 직면해 있다.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해보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장사지만, 동네에 편의점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지금은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이어가야 하는지 기로에 서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와 청년 실업자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동네의 좁은 골목은 그야말로 소리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 편의점 숫자가 늘어날수록 매출은 급감
편의점은 식당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특별한 기술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을 하려는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 수를 빠르게 늘리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가맹본부들이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영업경쟁을 벌이기 위해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점포와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점포를 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편의점 매출액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편의점 체인인 CU의 점포당 매출액은 2008년에 비해 4천여만원이 줄었고, GS25와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의 점포당 매출액도 4천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의 매출액 감소를 보였다.


따라서 휴·폐업 하거나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도 제대로 못 내는 부실 편의점의 비율이, 2010년 말 4.6%, 지난해 말 4.8%를 지나 올해 8월 말 현재 9.5%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전체 업종의 부실률을 훨씬 뛰어넘는 편의점의 부실률은 2006년 말 10,000개도 안 되던 편의점 수가 작년 말엔 21,000개를 넘어설 정도로 점포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의점주들이 문까지 닫는 한계 상황에 내몰린 반면에, 편의점 본사들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편의점 CU의 본사는 2006년 290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엔 774억원으로 급증했고, GS25 본사도 배 이상, 세븐일레븐 본사는 무려 순익이 50배로 늘었고, 미니스톱도 5배 가량의 순익 증가를 보였다.


공정위는 편의점간 영업거리를 제한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만들 예정이지만 편의점업계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업계는 공정위가 편의점 본사(가맹본부)가 부당이익을 취한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말 현재 편의점 가맹본부의 영업이익률은 3% 내외로 백화점(10% 내외)과 대형마트(6%)는 물론 커피전문점(8~10%), 제과점(12~13%), 치킨전문점(6~8%)에 비해서도 낮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인테리어비용은 물론 전기료와 최저수입까지 보장하고 있는데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 골목으로 파고든 편의점, 동네 슈퍼는 어디로?
공정위의 편의점거리 제한은 올해 제빵(500m), 치킨(800m), 피자(1500m)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들에 대한 신규출점 거리제한 규정의 연장선 하에 있다. 공정위는 이미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서민들의 가맹점 창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가맹본부의 횡포에 따른 가맹점주의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는 점을 고려해 신규출점 제한규정과 함께 리뉴얼 시 가맹본부가 20~40%의 비용을 지원하는 기준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의 거리제한 규정이 예고되면서 편의점은 골목으로 파고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편의점의 골목상권 침투로 인해 골목슈퍼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골목슈퍼들이 이제 겨우 대형마트나 SSM과 시장분리를 마치자마자, 이제는 편의점과 경쟁하게 됐다”며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로서 뭐라고 할말이 없다” 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정위가 편의점 거리 제한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미 들어올만큼 들어와서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라는 체념이 깔려 있는 것.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동네슈퍼라고 볼 수 있는 4인 이하 종합소매업 점포 수는 2003년 11만5천개에서 2009년 9만7천500개로 6년 새 15%나 감소했다.


이같은 편의점 위주의 골목 유통업계 재편에 대해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소매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네슈퍼가 편의점으로 대체되면 결국 그 피해는 편의점 점주와 소매점 점주가 나눠갖게 된다. 그 피해는 해당 가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면서 “편의점은 직영납품을 유지하기 때문에 골목슈퍼에 납품하는 수십 곳에 이르는 도매납품업체와 그 인력들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는 건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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