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17)

산업 / 유상석 / 2012-11-09 17:44:14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집 주인의 책임 범위는…

Q. 서울의 비싼 주거비용 탓에 반 지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학생입니다. 반 지하에서 생활하면서 햇빛을 보기 어렵고, 장마철에 유난히 습한 등 여러 애로사항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방범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언제 갑자기 도둑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얼마 전, 실제로 제 반 지하 방에 도둑이 들었던 사실이 있습니다. 학비에 보태 쓰려고 모아놓은 현금 100만원을 도둑맞았지요.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제 자취방에 들락거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불안해지더군요.


집을 옮기고 싶지만,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거주지를 찾기도 어려워, 계속 이 집에 살아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최소한 방범창 정도는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집주인은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언제 설치해줄지 전혀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임차인의 평온한 주거 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집주인이 너무 얄밉네요. 집 주인에게 방범창 설치를 강제할 방법은 없나요? 그리고 혹시라도 제가 잃어버린 100만원 대해 집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순 없나요? (조우선(29ㆍ가명), 학생)


A. 도둑이 들어 금전적ㆍ정신적 피해를 입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쁜 소식부터 알려드려야겠네요. 100만원을 도둑맞으신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100만원을 집주인에게 배상할 것을 요구하시긴 어렵습니다. 집에 도둑이 들었더라도, 임대인(집주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인데요, 이는 임차인(세입자)이 그 공간에 사는 동안엔 관리 책임이 임차인에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취지입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행해야 할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대목적물을 제공해 임차인에게 사용ㆍ수익하게 하는 데 그칠 뿐,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해주거나, 도난을 막는 등의 적극적인 보호의무까지는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일단 임대목적물만 제공하면 그 때부터 임차인의 지배 및 관리 하에 놓이기 때문(대판 1999. 7. 9, 99다10004)”이라는 것입니다.


이 판례를 보시면, ‘그렇다고 방범창 등 최소한의 방범장치조차 집주인이 못해준다는 것인가?’, ‘방범창 정도는 집주인이 해 주어야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드실 것입니다. 실제로 이 판례를 인용해 방범창 설치를 못해주겠다고 버티는 집주인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해결책은 있습니다.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일단 방범창을 자비로 설치하신 후, 임대차계약이 종료돼 집을 비울 때, 임대인에게 이 방범창을 살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임대인은 민법의 규정에 따라 매수 청구에 응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646조 ①항 :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이 있는 때에는 임대차의 종료 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 방범창이 설치돼 있는지, 설치되지 않았다면 설치가 필요한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경우, 임대차 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임대인은 해당 건물의 어느어느 부분에 방범창을 설치한다’고 기재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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