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공해를 유발하는 산업 시설의 유치 또는 확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 분출이 거의 없는 중국에서 이런 사회 풍조는 당국에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중국에서는 7월 이후 전국적 이목을 끈 대형 환경 시위가 벌써 2건이나 발생했다. 인구 40여만명에 지나지 않는 쓰촨성 스팡시에서는 지난 7월 주민들이 합금 공장 건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일으켜 결국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당시 시위는 부상자가 속출할 정도로 매우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됐고 결국 시위 사태 여파로 최근 스팡시 당서기 리청진이 해임됐다.
이달 들어서는 동부 연안 도시인 저장성 닝보에서 석유 정련공장 증설 반대 시위가 촉발됐다.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의 닝보시 전하이구 공장 증설 계획에 유독성 화학 물질인 파라크실렌(PX)의 증산이 포함된 게 주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페트병과 폴리에스터 섬유 등의 원료로 쓰이는 PX는 중추신경계와 간 등 장기를 손상할 수 있고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 수천명은 공안에 돌을 던지고 공안차량을 전복시키는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닝보시 정부는 PX 공정 증설 계획 백지화를 약속했다. 또한 PX 생산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정련 시설 증설 계획안도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친 후에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환경사고 인한 인명 피해 속출, 생명권 위협
이처럼 중국에서 환경 시위가 대형화, 과격화 양상을 띠는 것은 환경 보호 시설 및 산업 안전 투자가 미비한 중국에서는 일단 환경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이 실제로 생명권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공항 근처에 있는 질소 생산 공장에서 유독 가스가 누출돼 공항 근무자 5명이 숨졌고, 작년 7월에는 광시좡족자치구의 성도 난닝시의 한 제철공장에서 유독 가스가 새 인근 주민 90여명이 집단 중독되기도 했다.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작년 8월 랴오닝성 다롄시에서는 태풍으로 해안 방파제가 유실되면서 해안에 있는 PX 생산공장에서 유독 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다롄 시민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환경 시위를 촉발시켰고 결국 문제의 공장은 문을 닫았다.
아울러 환경 시위가 날로 확산하는 데에는 당·정에 대한 주민의 신뢰가 매우 낮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대형 산업 시설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높이는 데에는 이바지하지만 실제로 지역 주민의 삶 개선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도 주민들이 공해 유발 산업 시설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생명권과 건강권을 요구하는 군중 시위를 무작정 힘으로 억누를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환경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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