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실거래가제도’ 일단 1년 더 유예

산업 / 전성운 / 2012-11-09 16:59:42
‘효과 없음’ 사실상 시인…폐지 수순 밟을 듯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대한 유예기간이 1년 연장된다. 사실상 제도 효과에 대한 판단을 1년 더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와 시민단체, 유관기관 등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폐지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시행한 지 1년 만에 유예하고, 또다시 1년 유예한다는 것은 제도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복지부가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의약품 저가 구매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시행의 유예 기간이 당초 내년 1월까지에서 2014년 1월까지로 1년 더 연장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제도는 병원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싸게 구입하면 보험 상한가와 구입 금액 간 차이의 70%를 인센티브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2010년 10월 의약품의 실거래가가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고 약가 인하를 촉진하기 위해 에 도입됐으나 올 2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유예기간 연장에 대해 복지부는 올 4월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의 약가가 평균 14% 인하된 데 따른 제약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가제도 개편과 리베이트 쌍벌제 등의 정책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향후 제도 추진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사실상 폐지’ 수순
이 제도는 2010년 10월부터 시행돼 왔다. 그러다 올 4월 이후 약가가 큰 폭으로 인하되면서 복지부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현실과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1년간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이 의견수렴을 등을 거쳐 정식 시행될 경우 2014년 1월까지 또 다시 유예되는 것이다.


복지부는 “1년 가지고 제도의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기간이 짧다”며 “유예기간이 연장된 향후 1년간 정책적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 유지, 보완, 폐지 여부 등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괄약가인하이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유예가 1년 더 연장되자 이 제도의 폐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민단체와 제약업계, 복지부 내 설치된 민관 협의체인 건강보험미래개혁기획단 등에서는 각종 폐해를 양산한다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약제비 절감을 위해 시행된 이 제도는 대형병원 의약품 입찰에서 1원 낙찰 등 부작용이 발생해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에 올 4월에 이뤄진 일괄약가인하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제약업계는 지난 8월 제약협회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도를 폐지하고 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작년 국정감사에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제도의 문제점은 지적됐다. 손숙미 의원은 1원 낙찰 문제를 지적했고 올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남윤인순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작성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건강보험재정의 경감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저가구매효과는 마이너스 772억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평원 국정감사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 1원 낙찰이 증가했고 해당 품목의 원외처방량과 청구액이 약 3배에서 많게는 1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사실이 지적되면서 1원 낙찰이 합법적인 리베이트가 아니냐는 질의도 이어졌다. 종합병원의 이익만 가져다줬을 뿐, 건보재정이나 환자에게는 거의 도움이 안됐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제도는 업계가 반대 했는데 시행한 지 1년만에 유예하고, 또다시 1년 유예한다는 것은 제도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 아니겠냐”면서 “제도는 폐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 제도에 대해 복지부와 큰 방향은 잡혀있어 협회가 받아들인 것”이라며 “폐지를 뒷받침할 만한 결과를 보기 위해 1년 더 유예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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