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2-11-09 09:50:17
구단 창단 첫 MVP·신인상 배출

넥센에겐 올 시즌은 유난히 힘든 시즌이었다. 넥센은 이번 시즌 중반까지 리그 2위를 달리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다 후반 급격하게 하락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김시진 감독이 경질됐으며, 염경엽 감독이 선임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5일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넥센은 구단 창단 뒤 처음으로 MVP와 신인왕을 배출했다. 넥센의 박병호(26)와 서건창(23)이 MVP와 신인왕에 각각 선정돼 그들만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 신인왕 서건창, “내년에 포스트시즌 진출하고싶다”
서건창은 생애 한번 뿐인 신인상을 받았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에 앞서 발표된 신인왕 개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넥센의 서건창이었다. 그는 기자단 투표 91표 중 79표를 얻어 박지훈(KIAㆍ7표), 최성훈(LGㆍ3표), 이지영(삼성ㆍ2표)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따돌리고 신인왕에 올랐다.


서건창은 2008년 신고선수(연습생)로 LG에 입단했다. 그러나 1군 기록은 ‘1타수 무안타’였다. 결국 LG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2009년 8월 방출 당했고, 상무나 경찰청에 갈 수도 없어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했다. 2011년 9월 제대했지만 갈 곳이 없었던 서건창에게 넥센의 공개 테스트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20명의 지원자 가운데 유일하게 합격하면서 어렵게 프로생활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겨울 애리조나 캠프 때 정식 번호가 없어 등번호 111번을 달고 훈련했다. 심지어 구단 홍보팀조차 서건창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목표는 시즌 전만 해도 대주자나 대타 요원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었다.


서건창은 2루수와 3루수를 오가던 김민성의 발목부상으로 찾아온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7일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에 9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0-1이던 5회 2타점 역전 결승타를 터뜨렸다.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한 해를 달리고 나니 타율 0.266, 1홈런, 40타점이었다. 도루는 39개로 KIA 이용규(44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결국 서건창은 생애 단 한번뿐인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서건창은 2012 팔도 프로야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신인상이 유력하다고 들어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크게 욕심내지는 않고 있었다”며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영광이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왔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악바리 같은 모습을 잘 봐주신 것 같다”며 “어머니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 LG 방출 후 포기하지 않도록 날 지켜주고 도와주신 어머니에게 열심히 효도하겠다”고 효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와 함께 서건창은 2013년 목표로 4강 진출을 꼽았다. 그는 “내년 개인적인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고 체력보강만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을 끝내고 쉬면서 한국시리즈 등 포스트시즌 경기를 TV로 봤는데 큰 경기도 해보고 싶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와 달리 축제처럼 치러지는 것 같다. 정말 가을야구는 축제라고 느꼈다. 긴장감 있는 큰 축제에 참가해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 상은 앞으로 더 발전하라는 의미로 알겠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올해 했던 마음가짐 잃지 않고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 올 한 해 정말 꿈같은 해였는데 꿈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야구 팬들은 팀 창단 첫 신인왕을 차지한 서건창의 연봉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배영섭이라는 좋은 기준이 있다. 배영섭은 중고 신인이고 지난해 신인왕을 받은 뒤 137%가 인상됐다. 서건창도 이와 같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건창은 올해 최저연봉인 2400만원에서 적어도 5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MVP 박병호, “WBC 국가대표로 뛰고싶다”
넥센 박병호는 2012년 페넌트레이스 최고의 선수에 올랐다. 박병호는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최우수선수(MVP) 및 신인왕 시상식에서 한국야구기자회 투표 결과 총 91표 중 73표를 획득해 장원삼(삼성ㆍ8표), 브랜든 나이트(넥센ㆍ5표), 김태균(한화ㆍ5표)을 따돌리고 MVP의 영예를 안았다.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했지만 주로 2군에 머물며 빛을 보지 못했다. 급기야 2011년 심수창과 함께 송신영-김성현의 2 대 2 트레이드 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1년만에 달라졌다.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 속에 절치부심해 올해 정규시즌에서 홈런(31개), 타점(105개), 장타력(0.561) 등 타격 3관왕에 올랐고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까지 가입했다.


2005년 입단 후 7년 가까이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2군을 전전했던 박병호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오랜 2군 생활을 하면서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지금도 피땀 흘리고 있는 2군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동기 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1루수 경쟁자인 선배 3명(이승엽ㆍ이대호ㆍ김태균)이 실력이나 경력에서 나보다 월등하게 앞선다.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만 바랄 정도다. 엔트리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삼성 이승엽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를 선언하면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페넌트레이스 MVP가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올해 올스타전에도 뽑히지 못했던 박병호는 “WBC서 미국 투수를 상대해보고 싶고, TV로만 봤던 미국 야구장에서 경기를 직접 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수상소감 막바지에 박병호는 제2의 야구인생을 열게 해준 이장석 넥센 대표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표님 다음 시즌 연봉 기대하겠습니다”라는 귀여운 멘트를 날렸다. 이 대표는 대답 대신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008년 넥센 창단 후 처음으로 선정된 MVP 박병호의 연봉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넥센은 선수들과 연봉 협상에 들어갈 고과 산정치 계산을 일단 마친 상태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박병호는 팀내 타자 고과만 따져도 1억은 넘는다”고 밝혔다.


올해 연봉이 6200만원인 박병호는 100% 이상의 연봉 인상이 예상된다. 구단 관계자는 “고과 산정은 총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박병호가 더 가져가면 다른 선수들이 뺏긴다. 그러나 선수의 기대와 팬의 기대를 알기 때문에 고과 외로 어떻게 더 추가해야 할지 의논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MVP들은 이미 억대 연봉자들이기 때문에 MVP가 연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박병호는 기존 연봉이 워낙 낮다. 어떻게 연봉을 산출해야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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