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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은 춤 얘기로 운을 떼보겠습니다. 대중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번 주에 인터넷 동영상 <강남스타일>의 조회수가 통산 6억 회를 넘어섰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 동영상을 클릭하는 횟수가 하루 1천만 번이나 된답니다. 하루 1천만 번이라는 숫자를 분초 단위로 나눠보면 1초마다 100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하루 24시간 쉴틈 없이 벌써 몇 달째 계속되는 현상이죠. 나라마다 인기가요 차트라는 것이 매주 발표됩니다. <강남스타일>은 10월 한 달 동안 적어도 3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20세기 초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습니다.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영국 깃발 유니온 잭은 지구 어느 쪽에선가는 햇빛 아래 펄럭이고 있다는 뜻이지요.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하루 24시간 지구촌 어디선가는 흥겹게 연주되고 있습니다. 당장 이 시간에도 이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은 평균 잡아 2만 명을 훨씬 넘습니다. 덕분에 한국어는 이제 잠들지 않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오빤 강남스타일” “나는 싸나이” “사랑스러워” 같은 한국말 가사가 노래 속에 들어있으니까요. 이제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은 <강남스타일>의 가사를 빌어서 “사랑해. 그래 바로 너, 너, 너” 하고 속삭일지도 모릅니다. 인기 있는 노랫말은 늘 연인들에 의해 인용되게 마련이거든요.
노래의 인기를 따라 싸이가 고안한 ‘말춤’도 인기입니다. 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도 밀려왔던 스페인 여성그룹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 열풍처럼, 세계의 젊은이들은 요즘 강남스타일을 틀어놓고 말춤을 춥니다.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미국 대통령 후보들로부터 세계 각국의 정치가들, TV 스타를 포함한 엔터테이너들, 스포츠 경기장의 응원단, 마칭밴드, 학생, 청소년들도 말춤을 춥니다. 유치원 재롱잔치, 노인대학 발표회에서도 빠지지 않습니다. 신명나는 말춤입니다.
# 2
전 세계를 매료시킨 ‘말춤’ 현상이지만, 이제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만은 예외입니다. 일명 ‘엉거주춤’이 휩쓸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춤은 추는 것도 아니고 안 추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춤사위가 특징입니다. 음악 소리부터 어정쩡합니다. 오래된 앰프를 고쳐 쓰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처럼, 음악 소리는 갑자기 커졌다가 끊어지고, 다시 들리는가 하면 다시 끊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사람들은 놀랬다가 안도하고 귀가 번쩍 뜨였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합니다. 새로운 레퍼토리인가 싶지만 가만 들어보면 살짝 리메이크한 옛날 곡이죠. 그것도 서툴기 짝이 없는 편곡입니다. 놀람교향곡도 아니고 자장가도 아닌, 이 서툰 연주가들의 음악과 춤을 젊은 사람들은 ‘짱나는(짜증나는)’ 춤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맘껏 흔들며 몸을 좀 풀고 싶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생활고와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몸풀이 살풀이가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자칫하면 몸은 더 찌뿌둥, 기분은 더 찜찜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말춤’ 같은 공연을 기대하고 왔다가 ‘엉거주춤’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죠. 환불 요구 소동이 벌어지진 않을까요.
선거는 이제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1월초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름이 등록돼 있는 예비후보는 10명입니다. 이들은 20일 후 정식으로 후보등록을 하면서 공식 대선 후보가 됩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누군가는 공식 후보 등록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대선 후보가 누구누구인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니요. 무대 위에 누가 진짜 가수인지 알 수 없는 격입니다. 그래서 엉거주춤입니다. 어떤 예비후보는 그가 정식으로 가수인지도 알 수 없게 잠행중입니다. 청중석에 섞여 앉아 무대 위의 가수에게 야유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사실은 가수 중 하나였다니. 혹시 알고 계셨나요? 참 별난 엉거주춤입니다. 그런가 하면 각 후보 진영의 굵직한 동료들은 뒷짐을 지고 앉아있습니다. 자기가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 그 기회를 빼앗겨 분이 났나 봅니다. 말없이 모습을 감추는가 하면, 무대를 향해 침을 뱉기도 합니다. 가수가 내려가서 매니저를 모시기라도 해야 하나요? 참 못난 엉거주춤입니다. 막 뒤에선 매니저들끼리 자리다툼도 한창입니다. 참 한심한 엉거주춤입니다. 후보들, 당연히 갈팡질팡합니다. 노래가 틀렸다고 다시 부르는가 하면 공연 도중 백밴드 멤버를 바꾸는 건 예사입니다. 완성도 안 된 노래로 귀를 괴롭히거나 연습이 덜 된 춤으로 청중의 눈을 괴롭히기도 합니다. 참 짜증나는 ‘엉거주춤’입니다. 고품격 춤 내세우며 어설픈 리허설을 보여주느니, 단순하지만 의도가 무엇인지 명료하고 흥겨운 ‘말춤’이나 한 수 배우라고 해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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