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잇따른 대선캠프行

산업 / 유상석 / 2012-11-05 13:07:38
“업계 입장 반영한 정책 기대” 환영

제18대 대통령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각 후보 캠프에 증권사 전 최고경영자(CEO) 등 ‘증권맨’들이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차기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공약을 수립할 때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해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증권맨, 대선캠프 합류 잇따라
대선 캠프에 뛰어든 증권맨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김지완 전 하나대투증권 대표다.


김 전 대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ㆍ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문 후보의 경제정책 개발을 지원하게 될 전문가모임의 핵심멤버로 참여했다. 전문가모임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대처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방법을 문 후보에게 조언하는 ‘경제싱크탱크’의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순 하나대투증권 CEO에서 물러난 김 전 대표는 40여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은 인물로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까지 3개 증권사에서 14년간 CEO를 역임했다.


지난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는 문 후보 캠프에서 정책특보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CJ자산운용(현 하이자산운용)에서 최연소 특별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한 특별자산운용전문가로 업계 최초로 자원개발펀드, 원금보존추구형 엔터테인먼트펀드, 지적재산권펀드 등을 소개했다.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다. 중부지방국세청장ㆍ조달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인 최 전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증권 대표를 지내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한기 전 유진자산운용 대표도 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권에 업계 목소리 확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맨들이 잇따라 대선캠프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을 잘 아는 정치인이 거의 없는 탓에 엉뚱한 방향의 정책이 만들어져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현실과 동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업계 출신 인사들이 경제정책 공약 수립과정에 참여하면 이런 문제를 줄이고 업계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에 수립되는 공약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에게 업계의 현실과 요구를 잘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의 인식 변화에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시장침체 등으로 수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 돌파구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표류하며 폐기됐다가 이번 19대 국회에 다시 제출됐다. 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란 정치권의 인식 때문에 계속 묻혀져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대형투자은행(IB) 육성과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 등 자본시장 발전에 제동이 걸려 있다.


◇ ‘낙하산’ 우려하는 목소리도…
반면 증권맨들의 대선캠프 합류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증권가의 한 인사는 “이전에도 ‘증권맨’들이 캠프에 합류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큰 변화는 없었다”며 “경제정책 수립에 전권을 갖거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맡게 된 것도 아니어서 큰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선거가 끝난 후 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의 다른 인사는 ”이번 정권에서도 캠프에 합류했다가 특정 증권사의 대표가 된 사례가 있는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대우증권 사장 교체 때 파문이 일었던 것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 김성태 당시 대우증권 사장은 임기를 1년 남겨 둔 상황에서 사의를 표했고 그 자리는 이명박 캠프에서 경제특보로 활동했던 임기영 당시 IBK투자증권 사장이 차지했다.


당시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IB부문 육성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선임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도를 넘은 정치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우증권의 전년도 실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IB부문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도 없이 김 전 사장을 무리하게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이형승 전 IBK투자증권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에서 자문위원을 지낸 뒤 IBK투자증권 대표자리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후임으로 오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12월1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와 올해 말 끝나는 김 이사장의 임기가 맞물려 있어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 중 증권업계를 잘 아는 인사가 그 자리에 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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