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내 면세점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면세점 사업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민간 임대가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을 위해 관광공사를 쫒아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면세사업은 국가가 징세권을 포기한 면세상품에 대한 판매권을 민간업자에게 부여하는 특혜성 사업이므로 관련 수익 중 일부는 공익적 목적으로 재사용돼야 한다”며 ‘민영화’를 강행하려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인천공항 내 면세점을 ‘민영화’하려는 정부 방침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관광공사 퇴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 한 목소리를 내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한국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지속운영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면세사업은 공익성 결여와 국산품 차별 등으로 문제를 빚고 있다”며 “특히 일부에 대한 특혜 논란도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면세사업 일정 부분을 공공기관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며 “수익 전액을 관광진흥 목적에 투자하는 관광공사 면세점을 존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면세사업을 하는 민간기업도 수익 일부를 공적기금에 출연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문방위의 이번 결의안은 비록 법적 구속력을 가지진 않지만,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선 이를 존중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또 면세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대해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어 앞으로 결과가 주목된다.
◇ “운영권, 대기업으로 넘어가선 안돼”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내년 2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관광공사는 인천공항에서 문을 닫고 철수하라는 입장이다.
현재 관광공사는 인천공항 내에 2500m㎡ 규모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1900억원으로 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90%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점유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절차에 돌입했으며 이 경우 롯데·신라 등 대기업들도 사업권을 따낼 수 있다.
관광공사 측은 꾸준히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공사 측에 관광공사가 사업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해당 면세점 운영권이 대기업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 측은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식 입찰공고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 의향 등을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민감한 문제인 만큼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공사의 면세사업 퇴출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4%에 불과한 파이를 빼앗아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면세점에 더 얹어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는 결국 정부가 해외명품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재벌 면세점 배불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주는 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면세점 운영노하우가 없는 중소기업 관련단체가 단기간에 세계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 면세시장에서 살아남아 적자운영을 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업계 양대업체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조차도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 확대에 유리하고 ‘우리나라의 관문’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실제론 유지비용이 너무 높아 적자 상태”라며 “수익은 다른 매장에서 낸다”고 밝혔다.
◇ “수익, 공익 재원으로 활용돼야”
관광공사의 면세점 운영사업은 “면세사업 수익은 공익적 재원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외화획득을 통한 관광진흥 재원 확보’를 위해 지난 1962년부터 50년 동안 해오고 있다.
이후 1998년까지 약 36년간 공항면세점은 관광공사가 전담, 운영해 왔으며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한 해외마케팅 활동, 국내관광 기반조성, 관광단지개발 사업 등 국가관광발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공항 면세점 사업에 민간 업체의 참여가 허용됐다. 그리고 이는 작년 면세점 매출 기준, 연간 5조3700억원에 달하는 면세점 특혜사업의 약 79.13%인 4조2500억원을 대기업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2곳에서 장악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면세사업은 국가에서 징세권 포기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공공재의 성격을 지녀야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광공사는 지난 50년간 면세점 수익을 관광진흥 부문에 재투자하는 한편 면세시장에서의 ‘국산품 보호 육성’이란 역할로 면세사업의 공공성을 일정부분 유지해 왔다.
관광공사는 면세점 수익으로 제주 중문관광단지와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개발했고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한 해외마케팅에 수익금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면세사업에서 철수하면 당장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비와 마케팅 비용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한다. 이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김성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은 “관광공사가 면세사업을 중단하면 해외 홍보비용이나 국내관광진흥비용 등이 국가 예산으로 또 들어가야 되는데 왜 굳이 관광공사 면세점을 퇴출시키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품은 국내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고용 창출의 기초인 국산 원재료 생산, 제조, 국내유통 등을 거쳐 면세점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진정한 수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면세시장에서의 국산품 판매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이진국 관광공사 면세사업단 기획판촉팀장은 “관광공사 면세점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국산품을 발굴·육성·판매함으로써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결의안으로 인해 관광공사 면세점 퇴출이 철회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면세사업을 통한 공익재원 마련을 위해 매출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면세점 특별허가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공항 면세점 논의는 면세점 정책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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