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8, 갈 길이 멀고 멀다

산업1 / 전성운 / 2012-11-05 11:15:04
‘오피스’ 내세워 기업시장 공략, 과연?

마침내 윈도우8이 정식으로 공개됐다. 윈도우8은 ‘메트로UI’로 불리는 터치중심의 사용자환경을 중점으로 내밀고 데스크탑PC 운영체제 점유율을 바탕으로 태블릿PC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그저 그런 상황이다. 이미 키보드와 마우스로 굳어진 데스크탑PC 환경에서 ‘터치’가 새로운 사용자환경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태블릿PC와의 융합 또한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우8을 전 세계에 공개하고 시판에 들어갔다.


윈도8은 PC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태블릿PC를 닮게 만들었다. 잠금 화면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주로 사용됐던 잠금 화면과 비슷하게 설정했고, ‘시작’ 버튼을 없애고 만든 ‘시작 화면’도 스마트폰·태블릿PC의 홈 화면과 비슷하다.


그러나 태블릿PC의 장점을 수용하면서도 윈도가 기존에 갖고 있었던 장점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MS의 설명이다.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한 태블릿PC처럼 쓰지만, 필요 시에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적합한 노트북처럼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윈도8에 포함된 새 웹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10(IE10) 역시 윈도8 스타일 모드와 기존과 비슷한 데스크톱 모드의 2가지로 쓸 수 있다. 윈도8 스타일 모드에서는 전체 화면 크기로 웹사이트를 볼 수 있고, 터치에 적합하다. 또 차세대 웹 표준인 HTML5를 지원한다.


데스크톱 모드는 인터넷뱅킹이나 쇼핑,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필요악인 ‘액티브X’를 지원해 관공서나 은행, 쇼핑몰 등 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MS는 “장기적으로 은행과 쇼핑몰 등 사이트에서도 액티브X 없이 웹표준에 맞도록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윈도8에서는 프로그램을 따로 구매해 사용해야 했던 이전 OS와 달리 애플리케이션 구매도 윈도 스토어라는 자체 장터에서 할 수 있게 했다.


MS는 다소 까다로운 앱 심의 기준을 적용하는 애플을 겨냥한 듯 “윈도 스토어 앱은 자체 결제 모듈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앱 내 결제액의 전부를 개발자(개발사)가 가져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윈도8이 다른 모바일 OS와 달리 기업 고객이나 IT 관리자를 위한 보안 기능도 확대해 업무용 컴퓨터의 OS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고 덧붙였다.


◇ 터치 환경, 키보드·마우스 대체 어려워
윈도우8은 일단 처음 화면부터 많은 변화를 꾀했다. 기존의 아이콘들이 위치했던 ‘바탕화면’을 ‘라이브타일’이 배치된 ‘메트로UI’가 대체했다.


사실, 저작권 분쟁 때문에 MS는 더 이상 ‘메트로UI’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윈도우8 스타일 모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메트로UI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자들과 IT관계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내부적인 알고리즘의 변화가 있겠지만 있지만, 외형상 이전 윈도우7과 이번 윈도우8의 차이는 메트로UI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메트로UI는 당초 공개됐던 초창기부터 ‘터치 환경’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덕분에 마우스로 사용하기에는 꽤나 불편하다. 무엇보다, 키보드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은 생각보다 큰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윈도우 시리즈의 강점은 마우스를 이용한 ‘클릭’의 편리함에 있었다. 사용자는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없이 단순히 마우스를 한번 누를지, 두 번 누를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만 결정하면 됐다.


하지만 윈도우8 메트로UI에선 모든 것이 힘겹다. 심지어, ‘시간’조차 보기 어렵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너무 태블릿PC 환경을 의식한 나머지, 기존 윈도우를 사용해온 데스크탑PC 사용자들을 잊어버린 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속도가 빨라져 사용자들이 터치를 이용한 조작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데스크탑PC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데스크탑PC를 사용할 때 의자에 깊숙이 앉아 모니터를 응시한다. 그런 자세로 오른손은 마우스, 왼손은 키보드에 올라가 있다. 간혹 왼손을 사용할 때가 있는데, 이는 턱을 괼 때뿐이다. 이 상황에서 특별히 내 팔이 짧은 것이 아니라면, 모니터는 너무 멀리 있다.


한마디로, MS는 데스크탑PC 사용자들의 ‘사용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장래에 데스크탑PC에서도 터치 사용자 환경이 활성화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위해서는 2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는 키보드의 퇴출이다.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키보드는 필수다. 터치 방식의 가상키보드 환경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여전히 스마트폰, 태블릿PC 이용자들은 블루투스 방식의 키보드를 구입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키보드라는 아주 편리한 입력 도구를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


둘째는 무엇보다 ‘터치’가 가능한 모니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니터 제조사들은 이제야 터치가 가능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다. 또 태블릿PC나 스마트폰 같은 소형기기와 달리 데스크탑 모니터는 매우 크다.


최근에는 21인치 이상이 대부분으로 30인치 이상의 크기를 가진 모니터들도 많이 보급됐다. 따라서 가격이 큰 문제가 된다. 한번 대화면으로 넘어간 사람들은 다시 작은 크기로 돌아오기 어렵다.


◇ “일단 안드로이드부터 잡겠다”
MS도 이런 점을 깨달았는지 우선적으로 노트북, 태블릿PC에서 윈도우8과 메트로UI 보급에 힘쓰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MS는 우선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오피스’를 미끼삼아 기업시장을 노리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태블릿PC 분야에서 ‘안드로이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응용 프로그램(앱) 시장이 불완전하게 형성돼 있어 이 시장을 ‘오피스’를 내새운 윈도8 OS가 침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는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MS오피스가 완벽하게 지원되고 기업 IT 담당자들에게도 익숙한 환경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기업 시장 공략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소비에 주로 사용됐던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바로 ‘비싼 가격’과 턱없이 부족한 ‘앱’이다. 전문가들은 윈도우8이 탑재된 태블릿PC가 $999 선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TE를 지원하는 최신 아이패드 64GB모델이 $829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아이패드에서 사용가능한 iOS 앱은 70만개고, 이중 25만개가 아이패드용으로 만들어진 앱이다. 안드로이드 마켓조차 최근 70만개를 돌파했다. MS스토어는? 발표하기조차 민망한 숫자고,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도 않다. RT버전은 거론하기조차 미안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윈도우8이 갖는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데스크탑PC 시장의 점유율을 활용해 태블릿PC와 스마트폰까지 넘보겠다는 시도는 나쁘지 않지만 이런 어정쩡한 상태로는 두 마리 모두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