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터미널 부지를 놓고 신세계와 롯데가 전면전에 돌입했다. 신세계는 인천시를 상대로 자사 건물의 처분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전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롯데 역시 인천 터미널 부지 개발 사업의 윤곽을 확정하고 세부 조율에 들어간 만큼 물러서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역시 롯데와의 계약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여기엔 신세계와 롯데의 뿌리 깊은 갈등이 배여 있어 양측 다 쉽게 마무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신세계는 인천시를 상대로 인천시 남구에 소재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건물에 대한 부동산 매각 절차 중단 및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최근 법원에 제출했다. 신세계는 이에 앞서 지난달 8일 인천점 처분 금지를 위한 1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2차로 신청을 냈다.
이번 신청은 신세계의 라이벌인 롯데쇼핑이 이르면 다음달 인천시와 종합터미널 일대 부지와 건물 매각·개발을 위한 본 계약 체결을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법원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롯데와 인천시간 본계약에 차질이 예상된다.
◇ 인천시 “법적 절차대로 이뤄진 매각”
인천 남구종합터미널에는 현재 자체 매출 3위인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이 오는 2017년까지 장기 임대 형태로 영업 중이며, 일부 신축 부지는 계약 기간이 2031년까지 남아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롯데그룹과 인천종합터미널 건물과 부지를 8751억원에 통째로 매각하는 투자협정(MOU)을 체결하면서 갈등이 표면화 됐다.
롯데는 연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 31일까지 전체 매매대금 8751억원을 완납하기로 합의했으나 신세계가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 인천시를 상대로 건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는 등 총력 대응 태세를 취하자 롯데 역시 계약 마무리를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 관계자는 “연말까지만 계약을 체결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있다”며 “다만 이 문제로 자꾸 시끄러워지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에 속도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오는 2015년부터 인천터미널 부지의 건물 신·증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신세계백화점 영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백화점 바로 앞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신세계에 우선협상권을 줬는데도 최종 매입가격을 제시하지 않아 롯데와 계약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매각인 만큼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롯데 역시 “충분히 검토하고 건물을 사는 것”이라며 “소송 당사자가 아니어서 입장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지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백화점 건물은 기존부분과 증축부분의 임대계약 시기 및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법률상으로나 상식적으로 하나의 건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본안 소송은 물론 건물 소유주가 바뀐다 하더라도 2031년까지 명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양측은 사업 확장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해묵은 감정이 쌓여있다. 지난 2009년 롯데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파주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사들이며 ‘땅 전쟁’을 벌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오너 간 자존심 대결도 한 몫 하고 있다.
두 공룡의 혈투에선 롯데가 번번이 당해왔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2004년 부산 센텀시티 부지(현 신세계 센텀시티) 입찰에선 막판에 신세계에 허를 찔렸고, 2007년 서울 황학동 주상복합인 ‘롯데캐슬 베네치아’ 내 대형마트 선정에서도 이마트에 밀렸다.
그러다 2009년 롯데가 임대차 계약을 이미 맺고 부지 매입 협상을 벌이던 경기 파주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사들이자 양측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당시 신 회장은 담당 임원을 문책하는 등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롯데는 “상도의를 어겼다”고 신세계를 공개 비난하면서 땅 소유주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롯데는 결국 인근에 별도 부지를 마련해 ‘파주 아울렛’을 개장했고, 신세계가 프리미엄 아울렛을 연 여주 바로 앞 이천에도 또 다른 아울렛을 개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아직도 화를 다 풀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내부기류로 흐르고 있다.
롯데는 이를 설욕할 기회를 노리고 신세계 광주점이 입점해 있는 금호터미널의 최대주주인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는 등 신세계에 한방 먹일 기회를 노려왔다. 하지만 작년 대한통운 매각에 금호터미널이 포함되지 않아 인수에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인천 터미널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된다 해도 두 유통 공룡 간 영토싸움은 오히려 본격화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약한 강남권 기반 강화를 위해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내심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신세계 강남점은 인천과 마찬가지로 장기 임대 형태며, 계약 기간은 오는 2018년까지다.
세계는 앞서 센트럴시티의 소유주가 통일교 재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임대료 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실현 가능성은 약하지만 롯데가 신세계 강남점 부지에 실제 입점할 경우 매출 1위 점포가 경쟁사에 통째 넘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미 센트럴시티측과 임대료 때문에 한 차례 마찰을 빚은 전례도 있고, 계약 만기시점에 신세계에 우선 협상권이 있겠지만 결국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이 임자”라며 “강남 기반 강화라는 측면에서 강남점만큼 좋은 조건을 가진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 인천터미널, ‘롯데타운’으로 만든다
한편, 롯데는 인수하게 될 인천터미널 부지를 ‘초 대형 롯데타운’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롯데의 구상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서 영업 중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CGV는 2017년 12월부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에 각각 자리를 내준다. 롯데는 신세계 인천점 본관 지하 1층에 있는 이마트를 빼고 그 자리를 식품관과 델리코너로 바꿀 예정이다.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는 별도 건물형태로 들어선다. 롯데는 지금의 터미널 자리에 롯데마트와 디지털파크, 토이저러스가 들어가는 건물을 세우고, 터미널 역사는 역무동과 합치거나 부근에 새로 짓는다. 롯데시네마는 별도 신축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사용하며, 지하 1층은 시네마와 연결한다는 게 롯데의 기본계획이다.
인천터미널이 위치한 곳은 지금도 하루 유동인구가 3만명을 웃도는 핵심 상권으로 구월동 로데오거리, 뉴코아아울렛 등 상업시설과 시청, 시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있다. 롯데 관계자는 “터미널 부지 개발은 롯데쇼핑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인천 남구에 서울 명동이나 잠실과 같은 롯데타운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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