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프로에 데뷔하던 해 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하고 국내를 평정한 류현진은 지난해 미국프로야구에서 특급 에이전트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를 향한 행보에 들어갔다. 올해 풀타임 7년을 채운 그는 소속 구단인 한화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시스템(최고 이적료를 써낸 구단에 우선협상권을 주는 공개입찰제도)에 나설 수 있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자마자 빅리그 무대로 가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한화이글스는 29일 류현진의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과거 한화 이글스의 새 감독 김응룡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을 메이저리그에 보내줄 수 없다”고 말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은 사실 불투명했다. 그러나 팬들은 “하루라도 빨리 메이저리그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 또한 지난 달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현진이 좀 보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또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추신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가려면 한 해라도 젊을 때 가야한다”고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 구단은 결국 “김응룡 감독과 류현진의 거취와 관련, 오랜 시간 신중히 검토한 결과 대한민국의 에이스로서 합당한 가치를 받는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곧 포스팅 금액이 구단과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일 경우에는 놓아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낼 수 없다는 의미다. 합당한 가치에 대한 기준은 이미 구단과 류현진이 합의한 상황이다. 한화는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김응룡 감독은 “구단의 결과가 나온 만큼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야구 선배로서 박수를 보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가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성공을 기원했다. 김 감독은 최근 류현진의 해외 진출 불가 발언을 의식한 듯, “감독으로서 류현진의 필요성에 대해 대외적으로 언급한 것은 어떤 감독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첫 단계인 포스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한화이글스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화는 나를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나의 고향이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팀과 국가에 기여한 후 한국대표에 걸맞은 대우를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겠다”며 “좋은 결과로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한민국과 나를 위해 응원해준 팬들의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팬들은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대한민국 자존심이다.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으면 한다”, “류현진 선수가 미국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한다”,“말이 필요없다. 그가 간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성공하길”, “무조건 응원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언론 또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NBC스포츠’는 인터넷판을 통해 류현진의 포스팅 도전을 발빠르게 보도했고 판타지게임 전문사이트 ‘로토월드’에서도 같은 소식을 전했다. 유력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유명 칼럼니스트 키스 로도 류현진을 FA 랭킹 명단에 넣을 계획을 밝혔다.
메이저리그의 팬들도 서서히 류현진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양키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팬 블로그 <River Avenue Blue>에서는 류현진에 대해 “모든 팀이 좌완투수를 필요로 한다. 양키스는 구장을 고려할 때 좌완투수를 탐낼 만하다. 그가 에이스급 활약을 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또 하나의 천웨인이 될 수 있다. 서른이 되기 전 평균 이상의 좌완은 가치가 크다. (사치세 줄이려 하는 양키스에게) 포스팅 비용은 사치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내심 류현진 영입을 기대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 이적료ㆍ계약내용이 중요…
한화이글스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을 전격 승낙하면서 류현진의 이적료와 계약내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최고액은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가 다르빗슈 유와 단독 협상을 벌이기 위해 제시한 5170만 달러다. 다르빗슈 다음으로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데려온 보스턴이 세이부 라이온스에 지불한 5111만 1111달러다.
두 선수 모두 검증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들이었다는 점과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류현진은 이들의 이적료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류현진의 몸값은 최소 10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적료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이 있다. 류현진이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았더라도 정작 계약 조건이 형편없을 경우, 메이저리그 연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단독 협상을 벌이게 될 구단과의 계약 내용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연봉이 낮으면 그만큼 출전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조금만 부진하더라도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거나 아예 퇴출되는 경우도 있다. ‘제2의 이치로’라 불리며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던 니시오카 츠요시가 굴욕적 계약 후 부진을 거듭하다 올 시즌 방출된 것이 좋은 예다. 반면 부상 후 거듭된 부진에도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에 남아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높은 연봉 덕분이었다.
지난 2010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타진했던 이와쿠마 히사시의 사례도 류현진이 참고할만하다. 당시 191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써낸 오클랜드는 이와쿠마와의 단독 협상에서 큰 이견 차를 보였고, 메이저리그행이 무산된 바 있다.
오클랜드가 이와쿠마에게 제시한 계약 조건은 4년간 1525만 달러로 연평균 380만 달러의 연봉은 이와쿠마가 요구한 연봉 1000만 달러 이상과 격차가 너무 컸다. 내심 마쓰자카의 6년간 5200만 달러 수준을 기대했던 이와쿠마는 이에 못 미치더라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던 구로다 히로키의 3년간 3530만 달러는 충분히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이와쿠마는 한 시즌을 더 일본에서 뛴 뒤 FA 자격을 따낸 올 시즌 시애틀에 입단했다.
따라서 류현진이 빅리그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 필수다. 물론 시즌 초반부터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다면 상관없지만 만약의 경우도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이다. 자칫 연봉 100만 달러 이하의 마이너리그급 계약을 맺는다면 류현진의 앞날은 그만큼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류현진과 자주 비교되고 있는 대만 특급 첸웨이인은 올 시즌 3년간 1100만 달러에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기량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주전급 대우였다.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은 첸웨이인은 올 시즌 12승 11패 평균자책점 4.02로 대박을 쳤다.
이런 면에서 류현진의 에이전트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라는 점은 다행이다.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보라스는 언제나 기량 이상의 계약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라스는 류현진의 몸값을 높이는 작업에 한창이며 조만간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여 온 구단들을 상대로 류현진의 가치와 장점, 몸값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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