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저는 나쁜 놈입니다"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2-11-02 10:41:14
'늑대소년'서 악역으로 관객 분노 받아내

배우 유연석은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혜화, 동’, ‘열여덟, 열아홉’, 드라마 ‘런닝, 구’, ‘호박꽃 순정’, ‘심야병원’ 등 수많은 작품을 했다. 수많은 작품 중 대중에게 그의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은 ‘건축학개론’이다. 이제 ‘건축학개론’의 ‘압서방’을 뛰어넘어 영화 ‘늑대소년’에서 더 악랄해진 악역 연기로 관객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갈 예정이다.


유연석은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이제훈의 사랑을 갈라놓는 ‘압서방’(극중 압구정ㆍ서초ㆍ방배 지역에 사는 이들을 부르는 말) 선배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영화 속 술에 취한 수지를 데리고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수지 팬들의 엄청난 분노를 사기도 했다.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더 악랄해져 모든 관객들의 분노를 살 예정이다. ‘철수’ 송중기와 ‘순이’ 박보영의 사랑 훼방꾼으로도 모자라 여자를 때리기도 하며 자신의 죄를 덮으려고 살인 누명도 씌운다.


배우 유연석은 “욕먹을 준비가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무관심 속에 묻히는 것보다 욕 실컷 먹고 영화가 잘되는 게 좋은 것 같다. 또 욕을 해도 나에게 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두고 하는 거니 괜찮다”며 대인배 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500여명과 함께 봤는데 호응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중기와 보영이가 나오면 관객들이 방청객 수준으로 환호하다가 내가 나오니까 바로 냉정해지더라. 조금 섭섭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건축학개론’ 때도 시사회가 끝나고 ‘승민’ 제훈이나 ‘납득이’ 정석이 형에게는 영화 잘 봤다고 덕담하면서 잘 다가가는데 나에게는 손가락질 하면서 수근댔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대놓고 ‘나쁜 놈’이 되기로 했다. 일반 시사에서는 ‘나쁜놈 유연석입니다. 저에게 팝콘을 던지세요’라고 소개했더니 오히려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건축학개론’부터 ‘늑대소년’까지 순한 외모에 안 어울리게 왜 자꾸 악역이 들어오는 것일까.


그는 “실제로 제가 악역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 재수가 없어 보이는데 평소 모습과 전혀 다른 저 같은 사람이 나쁜 이미지를 맡으면 재미있게 보이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 속 인물이 실제 모습과는 다른 사람을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재수없게 생겼는데 알고 보니 소탈하고 재미있으시네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라며 웃었다.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은 연민이 느껴지는 악역 ‘지태’를 주문했다. 그는 ‘지태’의 상황, 배경에 대한 부연설명이 없어 홀로 상상하며 ‘불쌍한 지태’를 그렸다. ‘순이’에 대한 일방적이고 비뚤어진 사랑으로 인해 늑대소년 ‘철수’를 경계하고 곤경에 빠뜨리지만 ‘지태’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눈빛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 “‘지태’도 그만큼 소녀의 사랑이 절실했다. 사랑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 같아 연민이 느껴졌다. 배경 자체가 애정이 결핍된 상황이다. 사랑을 못 받고 자란 환경에서 나오는 행동들에 연민이 가더라. 감독님도 ‘지태의 눈에서 연민이나 절실함이 묻어나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사기꾼, 범죄형 얼굴이 ‘지태’를 연기하면 연민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개인적으로도 선한 이미지와 강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가서 좋았던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실제로 ‘지태’처럼 남의 사랑을 갈라놓은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놓고 방해한 적은 없다”면서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시점에 나와 만나게 됐던 적은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평소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살지 말자는 주의다. 연애를 할 때도 상처를 받는 게 편하다. 웬만한 일로는 절대 상처를 담아두지 않는다. 나 자체도 상처를 안 받으려고 보호하는 편이다. 상처를 줘서 헤어지는 것보다는 상처를 받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독 유연석은 작품 안에서 그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완전한 사랑이 될 만한 사람은 아닌가봐요”라며 웃었다.


“제작진이 저에게 아픔을 주는 게 좋은가 봐요. 하지만 작품에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관객들이 동정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도 좋기는 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완전한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어요. 2개월 앞으로 다가온 30대에 결혼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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