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논란, 외부 인사 영입에 따른 당심(黨心) 분열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발목이 또 잡혔다. 이번에는 ‘정수장학회’가 그의 대권가도를 막아선 것이다.
정수장학회 논란은 지난 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해 벌인 국정감사에서박 후보가 이사장을 지낸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민주통합당은 계속 정수장학회 문제에 ‘올인’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정면 반박했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 후보는 “조만간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교과부 국감서 민주당 문제 제기 ‘불씨’
이날 국감에 참석한 여야 상임위원들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의사진행 발언이 시작되자마자 1시간여 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수장학회 최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수차례 협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정수장학회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밝혀내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수장학회의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청오회’에 가입하게 해 매년 필수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수장학회는 ‘청오회’를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장학금 수여학생의 친목단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성이 강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혜자 의원도 “청오회는 1990년대 중반까지 강제성도 없고 일반 장학재단과 유사했지만 2007년 전후부터 상당부분 조직화 돼 정치적 활동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 朴 “나와 무관”, 새누리 “이미 해명”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자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반격에 나섰다. 박 후보는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경남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매각 추진’ 논란과 관련,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은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밝혔다”며 “더 이상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달 13일 “이사진들이 잘 판단해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하는게 개인적 바람”이라며 최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정수장학회 운영과 관련해 법사위ㆍ기재위ㆍ문방위ㆍ교과위 등 동시다발적으로 최 이사장에 대한 증인채택을 요구했다”며 “이런 요구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세를 편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정수장학회가 2005년 이미 논란이 됐었는데 대선을 앞두고 다시 거론하는 것이 과연 국감의 취지에 맞는지 잘 생각해 달라”며 “청오회 모임이 박근혜 지지 조직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는데 야당 의원들도 이 모임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너무 정치 공세로 접근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서상기 의원도 “정수장학회 문제는 이미 해명할 만큼 해명이 됐다”며 “정수장학회 문제는 관할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해야지 여기에서 끝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학재 의원 역시 “묻지마 식 폭로는 순간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국감을 이용하는 것은 국감의 신뢰와 품위를 꺾는 일”이라며 “박 후보가 불법적으로 급여를 받았다고 지적 했는데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도 이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 민주, 정수장학회 문제에 올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반격에도 민주통합당의 문제 제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이 정수장학회 문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문제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항의리본을 부착하고 국감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자의 재산을 몰수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미 지난 1971년 대선에서 이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그 당시 장학회가 MBC 주식을 일부 선매각해서 대선자금으로 활용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지난 과거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71년도 정수장학회가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다”며 “문방위 차원에서 증인신청시한은 현실적으로 지났지만 방송문화진흥위원회와 MBC 업무보고에서 거론하고 청문회나 국정조사 신청 등 가능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퇴진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데 대해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와 정수장학회 모두 박근혜 후보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해괴한 상황”이라며 “정수장학회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박근혜 후보의 결단을 정수장학회가 기다리고 있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배재정 의원은 정수장학회 이창원 사무처장이 박근혜 후보 캠프의 기획조정특보를 맡고 있는 최외출 영남대 교수와 정무 및 메시지 담당보좌관인 정호성씨와 접촉한 통화내역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왜 측근들이 ‘나와는 상관없다’는 정수장학회 사람들과 접촉했는지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朴 “조만간 입장 발표”… 정면 돌파 나서나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민주당의 공세가 끊이지 않자, 박근혜 후보가 “조만간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1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입장변화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와 관계없다”, “저나 야당이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던 그가 기존의 ‘불개입’ 입장을 바꿔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할지 주목된다.
정계 일각에서는 “일단 박 후보가 ‘장학회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만큼 이번에도 큰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기존 입장을 반복하려면 굳이 전날의 언급을 할 필요가 없고 또 최근 국민대통합 행보에 대한 발언들의 강도를 볼 때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 강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언급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사 논란 당시 기자회견에서 “5ㆍ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 훼손”이라며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을 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인사는 “박 후보가 ‘최필립 이사장 자진사퇴’라는 생각을 상당히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지난달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계속되면서 장학회와 이사진의 순수한 취지마저 훼손되고 있다”며 “이사진이 잘 판단해줬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언급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후 상황 변화가 없어 결국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준데 대해 박 후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고 이 때문에 박 후보가 최 이사장을 직접 거론하며 자진사퇴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박 후보가 “장학회와 관계가 없다”고 수차례 언급한 것이 걸림돌이다. 최 이사장 등의 거취를 거론한다면 기존 입장과 배치되고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미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정수장학회는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은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장학회와 무관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자신이 이사장을 지냈고 장학회 이름에 부모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차원에서 최근 제기되는 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사진의 거취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해를 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보단의 한 관계자는 “법률적으로는 박 후보가 장학회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는 만큼, 최근 정치적 논란으로 장학회 활동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최 이사장을 상대로 ‘정서적 호소’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당 안팎에서는 △최필립을 비롯한 이사진 전원의 자진 사퇴 및 중립적ㆍ객관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이사회 구성 △사회 저명인사들의 참여를 통한 정수장학회의 공익재단 전환 등이 아이디어로 제시된다.
단순히 최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선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언론에 장학회가 보유 중인 언론사의 지분 매각을 놓고 자신의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친박 인사는 “더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오지 않기 위해서 주식매각 대금을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불우한 학생들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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