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행ㆍ충북은행’ 부활하나?

산업 / 유상석 / 2012-10-19 09:34:47
정치권·지자체 한목소리…정부 설득이 관건

지방은행 설립 문제로 충청권이 뜨겁다. 지역경제의 근원인 돈줄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 지방은행을 설립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수면아래에 있던 지방은행 설립 논의가 다시 불붙게 된 것은 지난 4ㆍ11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초 대전시가 총선을 겨냥해 25개 현안을 발표하면서다. 대전시가 정치권에 공약반영을 요구하면서 제시한 현안 가운데 첫 머리에 지방은행 설립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방은행 설립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 “지방은행, 왜 충청도에만 없나…”
대전ㆍ충청지역의 지방은행 설립 문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98년 충청은행과 99년 충북은행이 차례로 문을 닫은 이래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하지만 은행의 대형화 추세와 대규모 자본 확보 문제 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매번 지역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자금원이 경제활동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또, 유독 충청과 강원권만 지방은행이 없어야 될 이유는 뭐냐는 밑바닥 정서도 포함돼 있다.


정치권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정당은 선진통일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선진당은 지방은행 설립을 당의 충청권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지난달엔 이인제 대표가 직접 나서 대전에서 토론회를 여는 등 정치 이슈화에 나서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충청권 지방은행의 통폐합은 영ㆍ호남 지역 패권정치가 만든 차별이며 100%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강력한 어조로 성토하고, 대선 쟁점화를 피력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들 역시 충청권 ‘표심’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당이 이슈화를 본격화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대선을 놓치면 지방은행 설립의 기회는 한동안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절박함은 지역민들의 여론에서도 관찰된다. 최근 <뉴시스>가 충청권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전 77.2%, 세종 85.7%, 충남 80.7%, 충북지역 77.8%의 주민들이 지방은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대선공약화를 마냥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이유다.


이 같은 지역민의 정서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자치단체도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이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대전시의 경우 4월부터 ‘지방은행 설립지원 추진계획’을 수립하면서 상공회의소, 경실련 등과 함께 ‘관계기관ㆍ단체 협의회’를 꾸리는 등 이슈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충청권 연대를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 되면서 충청권 지자체장이 참석하는 ‘충청권 행정협의회’를 비롯해 ‘충청권 경제포럼’을 통한 의견조율도 활발하다.


◇ “지역경제 균형발전 위해 꼭 필요”
충청권이 지방은행 설립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방은행 부재로 겪고 있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역의 자금 역외유출과 중소기업 대출, 서민가계 지원, 지역개발 사업 추진에 있어서 기존 대형은행이 커버할 수 없는 문제가 수없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더욱이 충청권은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도시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를 충족하는 충분조건으로서 지방은행 설립 논의가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충청권의 금융무문이 실물부문보다 훨씬 낙후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충청권의 실물경제 구성비는 10~12%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부문을 볼 때 참담하다. 2010년 기준으로 GRDP 중 금융보험비중은 3.1%, 은행예금은 5.3%, 은행대출금은 5.6%로 실물경제에 비해 상당히 낙후돼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수익성과 경쟁력을 내세우며 은행의 대형화 기조를 굳건히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문제다. 대전, 충남, 세종 등 각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관 주도 보다는 상공회의소, 기업인, 시민단체 등 민간이 중심이 돼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논리개발과 명분축적에 주력하는 배경이기도하다.


충남도 관계자는 “금융기관 부재로 인한 충청권 경제의 유ㆍ불리점이 명확히 분석되고 정서적 설득보다는 객관적 데이터에 의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논리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어떤’ 지방은행을 ‘어떻게’ 세우자는 것일까. 논의가 공론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학계 전문가 그룹에서 △자기자본금 250억 원 이상의 지방은행 직접 설립 △금융지주회사 충청사업본부 등의 분사 △지역 상호저축은행의 인수합병을 통한 지방은행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역경제의 금융 사안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역금융주체를 만들자는데 우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절박한 필요성에 기반을 두고, 상공회의소 등을 중심으로 설립주체, 방식 등의 구체화 작업을 거쳐, 제18대 대선 후보별 공약화 요구, 금융정책 환경의 개선을 촉구하는 지방은행 설립 시민운동 등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