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14)

산업 / 유상석 / 2012-10-19 09:29:57
내가 산 땅, 타인이 낚아채갔다?

Q. 부친께서는 항상 당신이 돌아가신 후, 묻히실 묏자리에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주위 분들에게서 ‘풍수지리 매니아’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이신 아버지는 전국 여러 산천을 다니신 결과, 마침내 당신의 마음에 쏙 드는 동산을 하나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땅의 주인과 매매 계약을 맺고, 중도금까지 지불하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잔금을 치르러 가셨던 아버지께서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오시더니,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시름시름 앓으면서 누워계십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니, “분명히 내가 땅 주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까지 지불했는데, 이제 와서 나와의 거래를 해지하고,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아넘겼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께 땅을 팔았다는 사람과, 그 땅을 사갔다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땅을 판 사람은 “아버님께 땅을 판 것은 맞다. 그러나 땅 값을 열 배로 쳐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 사람에 팔게 된 것이다.


계약금과 중도금은 돌려드리겠다. 미안하다”고 말했고, ‘낚아채 간’ 사람은 “해당 부지 인근에 신도시가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에게 ‘돈을 더 줄테니 팔라’고 조른 것이 맞다. 미리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더군요.


이런 경우, 이 땅은 결국 누구 소유가 되는 것인지요? 그리고 갑자기 말을 바꾼 땅 주인과 중간에 ‘낚아챈’ 사람을 처벌할 방법은 없는지요? 좌절한 채로 누워서 앓고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변중섭(35)ㆍ직장인)


A. 신도시ㆍ경제자유구역ㆍ대규모 택지지구 등의 개발이 예상되면서 갑자기 땅값이 급등하는 지역에서,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도인이 지가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해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땅값을 더 많이 주려는 제2의 매수인에게 이중으로 매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이중매매(二重賣買)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원칙적으로는 유효한 법률행위입니다. 그러나 제2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이중매매를 종용한 것과 같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는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대판 1994. 3. 11, 93다55289)가 있습니다. 변중섭 님 아버님의 경우에도 같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형사처벌할 방법에 관해서도 문의하셨는데요, 제1매수인이 계약금만 지불한 경우라면 매도인과 제2매수인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매도인이 계약금의 두 배를 지불하면 언제든지 그 매매계약을 합법적으로 해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변중섭 님 아버님의 경우처럼,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지불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형법 제355조 ②항의 배임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로 처벌됩니다. 제2매수인이 이중매매에 적극 가담한 것이 인정되면 배임죄의 공범이 되며, 공인중개사가 관여한 경우 제356조 업무상배임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가 적용, 더 높은 책임을 물게 됩니다.


부동산 투자로 돈 버는 일을 비난할 순 없겠지만, 욕심이 지나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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