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은 어디 갔습니까?”

산업 / 전성운 / 2012-10-12 10:43:30
유통업체 총수들 국감 피해 줄줄이 해외로

영업규제, 골목상권 침해 등의 문제로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유통업계 총수들이 대거 해외 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총수들의 회피성 출장에 대해 국회는 “고발도 불사한다”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1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대형 유통업체 총수를 증인으로 불러 영업규제, 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회피성이 짙은 출장 탓에 국감에 참석한 총수들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롯데그룹은 이미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신동빈 회장이 이날 해외 출장길에 올라 이달 말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시장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외 사업확대를 위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일정이라고 덧붙였다. 출장지는 일본·태국·미국 등 3개국이다.


신 회장은 일본 최대 여행그룹 JTB의 타가와 히로미 사장을 만나 민간여행기구 WTTC 총회 한국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어 태국에서 아시아 경제 리더들의 모임인 ABC포럼에 참석한 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접견한다는 일정이다. 미국에서는 롯데가 판권을 갖고 있는 허쉬사의 CEO 존 빌브레이와 사업 제휴 방안을 의논할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베트남으로 떠났다. 베트남 기업과 물품 공급에 관한 MOU를 체결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부재중이다. 이미 지난 주중 미국으로 출국해 뉴욕과 LA 등지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국감이 모두 끝난 뒤에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측이 밝힌 공식적인 출장 목적은 아울렛 사업 현장 시찰이다.


한 의원은 "기업인들을 벌하자고 부르는 것이 아닌,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는 것 뿐인데…"라며 허탈해 했다.


정무위 간사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불출석에 이어 재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고발할 것”이라며 “회피성 출장이라고 판단될 경우 국회 권위를 위해서라도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8일 열린 지식경제위원회에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유통업체 총수 가운데 대형마트 3사의 경우 모두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으로 떠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국감이 끝난 26일에 귀국한다. 이 회장은 지난주 지경위에 출장 때문에 국감에 출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이미 제출했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역시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이번 주말에 귀국할 예정이다.


결국 지경위 국감에는 프레스톤 드레퍼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소진세 코리아세븐 대표, 허승조 GS리테일 대표,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 백정기 BGF리테일 대표 등만 참석했다. 이날 드레퍼 대표가 휴일영업 문제를 추궁당한 것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의원들로부터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높은 가맹수수료, 영업이익률을 낮춰 발표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질문을 받았다.


이러한 총수들의 회피성 출장에 대해 국회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지경위는 간사 회의에서 24일에 위원회 국감을 한번 더 열기로 결정, 불출석한 대표들에게 재출석 요구를 곧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감 현장은 '마녀 사냥'처럼 항변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총수들이 나가봤지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무 책임자격인 CEO가 아닌 총수를 굳이 부르는 것은 의원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회의를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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