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의 병들고 굶주리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것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뭔가 대단히 올바르며 당연한 행동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공정무역, 올바른 소비, 구호활동 같은 일들은 선량한 의도에서 나오는 행동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2012년 오늘을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긍정적이기만 한 일일까? ‘이미지’에 가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가 보려 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현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현실에서 우리는 아프리카를 전혀 돕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초콜릿’에 얽힌 진실이다.
서아프리카에는 약 200만 명의 농민들이 초콜릿을 만드는 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인 카카오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는 영국에서 평균적으로 판매되는 밀크 초콜릿 가격의 단 4%만 돌아갈 뿐이다.
이 책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취재한 초콜릿 생산자와 구매자, 기업과 정부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프리카 특파원으로 머물던 4년 동안 국제 선물시장에서 카카오를 거래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아프리카 카카오산업 취재를 담당했던 저자 오를라 라이언은 그곳에서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농민들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목격했다.
그녀에게 의문이 찾아왔다. 왜 농민들은 가난할까? 공정무역은 그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을까? 또한 우리가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는지가 그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러나 저자가 곳곳에서 확인한 사실은, 공정무역을 핑계로 ‘윤리적 상표’를 단 제품은 오히려 높은 가격을 매김으로써 제조업체나 소매업자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농민에게 돌아가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것이었다. 즉,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이타심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이며 ‘마케팅 이미지’에 지나지 않게 된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카카오를 생산하기 위해 수천 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농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실제로 전 세계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현지에서 만난 정부, 업계, 농민들의 이야기는 서구 사회의 시각과는 달랐다. 카카오 농업이 경제적으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가족노동의 형태로 아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때때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흔하지만, 아이들이 사는 나라가 그만큼 가난하다는 것이 이 노동의 원인이었다. 한마디로 아동노동 문제는 왜곡된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것이지,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는 아동노동 근절 캠페인이나 그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는 빈곤의 본질이나 카카오 농장의 실제 삶을 이해하지 못한 채,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카카오 농민들은 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실현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프리카 카카오 산업 전체에 뿌리 깊게 내재된 기형적 경제구조와 부패한 정치이다. 현실을 바꾸고자 한다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공정무역 상품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왕이면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의식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것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고, 우리는 병들고 가난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아프리카에 대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 오를라 라이언 저, 최재훈 역, 1만5000원,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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