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 상임논설위원
彼婦之口 可以出走 彼婦之謁 可以死敗
피부지구 가이출주 피부지알 가이사패
여자들의 말이 군자를 떠나게 하고, 여자들의 노래가 나라를 망하게 하네 <孔子世家>
군주와 상경이 제나라에서 보내온 무희들에게 홀려 정사를 잊자 공자가 탄식하며
공자가 대사구가 되어 다스리면서 노나라는 사회가 안정되고 범죄가 줄었다. 제나라와의 두 제후간 정상회담에서 공자가 정공의 안전을 지키고 빼앗긴 성까지 되찾아 나라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제후를 불편하게 하던 삼환의 세도를 깎고 그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공산불뉴를 잡아 처형하고 양호를 내쫓은 데 이르러 공자는 한낱 이상주의적 이론 뿐 아니라 과단성 있는 정치가로서의 역량도 보여주었다.
정적 소정묘를 처형하다
공자는 또 정권을 잡은지 7일만에 소정묘(少正卯)라는 대부를 잡아 처형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순자(荀子)>에 설명이 나타나 있다.
자공이 공자를 만나 물었다.
“대부 소정묘는 명망 있는 대부입니다. 선생님이 정치를 맡자마자 그를 죽였으니 잘못됐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군자로서 다섯 가지 잘못이 있으면 도둑이라도 어울리려 하지 않는 법이다. 첫째는 아는 것이 많으나 마음이 거친 것이며, 둘째는 행실이 편벽되고 완고한 것이며, 셋째는 궤변으로 거짓을 일삼는 것이며, 넷째는 괴이한 일에 두루 통달한 것이며, 다섯째는 그른 일을 따르며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 하나만 있어도 군주의 벌을 받아야 할 것인데, 소정묘는 이 모두를 가졌다. 그래서 그의 말은 능히 거짓을 진실로 보이게 하고 민심을 현혹하여 마침내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도당을 이룰 것이다. 그러니 소인들에게 영웅으로 보이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군자의 길과는 다른 혼란한 도로 세상을 어지럽게 할 위험이 있으므로 화근을 제거하기 위해 처벌했다는 변론이다. 군자의 도를 버리고 신흥지주계급들과 패도주의, 경제적 이익을 좇는 부국과 장사 등 ‘소인(小人)들의 도’를 주장하는 소인의 두목이라는 것이 공자의 주장이었다.
<유협의 신론>에 보면 한때 공자의 문하생 대부분이 소정묘의 사학으로 옮겨갈 정도로 명망있는 당대의 대부였다고 한다. 공자의 라이벌이었던 셈이다. 인의를 앞세우는 공자에게 경제적 이익과 부(富)를 앞세우는 소정묘는 서로 노선이 다른 정적이었던 셈이다.
15년의 유랑이 시작되다
공자가 계속 정치를 맡았다면 노나라는 다른 경제국들을 능가하는 강대국이 되었을지 모른다. 경쟁국인 제나라가 노나라의 변화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우선 제나라 사람들이 두려워했다. “공자가 정치를 하면 노나라는 반드시 패권을 잡게 될 것이야. 그러면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 제나라가 먼저 병합될 것이야.”
얼마 전 협곡에서 회담을 가질 때 노 정공을 포로로 잡자는 꾀를 냈다가 실패한 여서가 또 다른 잔꾀를 냈다.
“지난번 정상회담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됩니다. 공자의 정치를 방해하기 위하여 이번에는 다른 시험을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땅을 돌려주는 것은 그 뒤에 해도 될 것입니다.”
제나라는 80명의 미녀를 뽑아 현란한 춤을 가르치고 아름다운 옷을 입혀 노나라에 친선사절단으로 파견했다. 광대와 악사들이 동행했고, 무늬있는 말 120필도 함께 보냈다. 노나라 도성 남문 밖에서 말들이 재주를 부리고 악사와 광대가 공연을 펼쳤다. 미녀들은 저녁마다 춤을 추었다. 노나라 정공과 계환자는 매일 미행을 구실로 밖에 나가 하루 종일 공연을 관람했다. 곧 정사는 잊어버리고 공자와 함께 추진하던 개혁에도 시들해졌다.
제후와 상경이 미색에 빠졌으니 자연히 정사는 정지되었다. 공자는 회의에 나갈 일도 없게 되었다. 자연히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곧 명절 제사가 있었다. ‘개혁의 피로’를 느낀 것일까. 정공은 제사 고기를 대부들에게 나눠주면서 공자에게 보내는 것도 잊었다. 군주가 제사고기를 나눠주는 것은 신임의 상징이다. 제사고기를 받지 못함으로써 공자는 정공의 마음이 공자 자신과 인의의 도(道)로부터 떠난 것을 알았다.
“여자들의 말이 군자를 떠나게 하고, 여자들의 노래가 나라를 망하게 하네.
彼婦之口 可以出走 彼婦之謁 可以死敗
얌전하게 물러나 떠돌기나 하면서 남은 세월 보내야겠네.
蓋優哉游哉, 維以卒歲”
공자는 관직을 내놓고 노나라를 떠나면서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성인의 이상을 알아줄 군자가 나라밖 어딘가에는 있지 않겠는가. BC497년, 쉰다섯 살의 공자가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붙들고 제자들과 함께 맨 먼저 찾아간 곳은 위나라였다.
그러나 이때로부터 무려 15년을 떠돌게 될 줄은 공자 자신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아는 것이 많으나 마음이 거칠고,
행실은 편벽되며 완고하고,
궤변과 거짓말을 일삼으며,
괴이하고 잘못된 길로 현혹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죄!”
공자는 집권 7일만에
소정묘를 처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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