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하우스 푸어 구원투수로 등판

산업 / 유상석 / 2012-09-21 13:42:11
우리금융 '신탁후재임대' 도입…"무모한 시도" 우려도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신탁 후 재임대'을 통해 하우스 푸어를 위한 ‘구원투수’를 자청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지주가 이 제도를 이르면 9월 말 시행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제도는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처음 시도한 방법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하우스 푸어’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다.


이 회장이 이 제도를 야심차게 들고 나왔으나, 부정적인 여론에 발목이 묶여 버린 모양새다. 이 회장은 신탁 후 재임대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금융권이 공동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금융당국과 타 금융지주사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 재산권 넘기는 대신 상환 의무 유예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측이 설명한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방식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이 제도는 우리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 중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출을 받아 구입한 주택의 재산권을 우리투자신탁에 넘기고, 대신 우리은행에 연체된 대출금 상환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받는다. 이 3~5년가량의 신탁 기간 동안, 대출자들은 그대로 그 집에서 생활하는 대신 임대료 명목으로 돈을 은행에 납부해야 한다. 말하자면 ‘양도담보’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은행은 “‘하우스푸어’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할 경우 16~18%가량의 고금리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렇지만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을 통하면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받는 동안, 대출자들은 4~5%대의 임대료만 납부하고 그대로 집에서 생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5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을 연체할 경우 연 3400만원(월 283만원)가량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제도를 이용하면, 대출 원금의 5%인 연 1000만원(월 83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물론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을 통해 당분간 대출 유예를 받더라도 대출금은 향후 별도로 갚아야 한다. 만약 신탁 기한이 끝날 때까지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고객의 동의 없이 집을 처분할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5억원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3~5년 후까지 연체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주택을 매각하고 이 중 연체된 금액을 우선적으로 가져간다.


◇ ‘윈윈 제도’인가, ‘무모한 도전’인가…
우리금융지주 측은 “주택이 은행 신탁 자산으로 귀속되면 은행은 대출금과 연체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고, 고객도 주택이 가압류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서비스사업단 수석팀장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은 3~5년 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정상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할 경우 은행에 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하락해 원소유자들이 재산권을 포기하면 그동안의 대출 유예 손실을 은행이 떠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광옥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과장은 “은행이 실제로 대출금을 떼일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과장은 현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평균 50%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대출자가 원금을 한 푼도 갚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집값이 구매 시점보다 50% 이상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은행은 손실을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타 시중 은행 “도입 예정 없어”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은 현재 우리은행만 시행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도입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하나ㆍ외환 여자농구단 창단식에서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스백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당장 도입할 의사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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