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시진 감독 전격 경질

문화라이프 / 전현진 / 2012-09-20 17:51:40
팬들 "어려울때 함께 했는데" 분노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9월 17일 구단 누리집을 통해 김시진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했다. 넥센은 ‘김성갑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하고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넥센이 밝힌 경질의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넥센은 올 시즌 현재 6위에 머물러 있어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가장 어려울 때 넥센을 지켜낸 감독이었기에 넥센의 결정은 팬들의 분노를 샀다.


17일 넥센 이장석 대표로부터 직접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김시진 감독은 다음날 인터뷰를 통해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에 대해 책임을 물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감독이 잘 마무리하지 못해 팬들과 프런트,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반기를 단독 3위로 마쳤지만 후반기 들어 성적이 내려가면서 지난달부터 경질을 예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과 결별한 것에 대해 “전반기 3위를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겼는데… 내년을 도모하는 중간시점에서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감독은 경질통보를 받은 후 목동구장으로 이동해 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넥센은 경기가 없어 선수단 휴식일이었고, 아직 김 감독은 선수들과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제가 선수들 만나봐야 감정만 안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잘 헤쳐 나가길 마음속으로 바라고 응원한다”고 말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부 넥센 팬들은 “올 시즌 정규리그가 고작 15경기 남았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3년 계약을 연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김시진 감독을 경질한 것은 이해가 안되는 처사”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다음날 열린 경기에서 넥센은 LG에 1-0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김성갑 감독 대행 체제의 첫 승은 기쁘지만은 않았다. 김성갑 감독 대행은 인터뷰를 통해 감독은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며 “코치진들의 능력부족으로 감독 경질까지 왔다”고 자신을 질책했다.


선수단 역시 충격을 넘어 자책감에 어두운 표정이었다. 박병호 선수는 “우리가 못했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렇게 된 것이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최선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2군에서 방황하다 희망의 손을 내민 김 감독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김민우 선수는 “1, 2년도 아니고 10년을 넘게 함께 생활했던 분이다. 밑바닥에 있던 나를 끌어 주신 분인데 빈자리가 작을 수 있겠는가. 매 경기 매 타석 정말 치열하게 뛰는 것밖에 없다. 감독님께 선수단 전체가 죄송하고 또 죄송한 마음뿐 이다”라고 털어놨다.


◇ 어려운 상황 속 성장…그러나 급추락
2007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넥센 히어로즈는 2008년 첫해를 제외하고 4시즌을 김시진 감독과 함께 보냈다.


김시진 감독은 전신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투수 조련사로 명성을 떨쳤고, 선수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는 명지도자였다.


대표 간판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팔아 살림살이에 보태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져 있던 넥센을 맡은 김시진 감독은 2009년 6위, 2010년 7위, 2011년 8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넥센이 다른 구단에 판 유능한 선수의 명단으로는 투수에 장원삼, 이현승, 마일영, 고원준, 송신영, 김성현 야수로는 이택근(비록 올 시즌 컴백하긴 했지만), 황재균 등이 있다. 야구 관계자는 “이 대표 간판 선수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넥센에 있었다면 넥센은 지금의 성적보다 훨씬 뛰어났을 것이다”라며 넥센의 여태 해왔던 행보를 비판했다.


넥센은 유능한 선수들을 팔았던 예전과는 다르게(2008~2011) 갑자기 올 시즌을 앞두고 50억 원을 베팅해서 이택근을 다시 복귀시켰고, 메이저리그 핵 잠수함으로 명성을 떨쳤던 김병현을 전격 영입하였다. 하지만 스타선수 한두 명을 영입했다고 해서 올 시즌 구단이 충분한 지원을 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올 시즌 개막 후 넥센의 성장은 놀라웠다. 이택근, 김병현의 영입과 더불어 서건창, 박병호 등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한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공격을 주도했고, 용병듀오 브랜든 나이트와 벤 헤켄은 올 시즌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로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전반기를 2위 자이언츠와 승차 없는 3위로 마감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얇은 선수층과 주력 선수들의 체력문제가 겹치면서 후반기 급추락을 하게 되었고, 전반기 3위에서 후반기 6위로 순위가 추락한 히어로즈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
넥센은 정규시즌이 끝난 후 늦어도 10월 중순경까지는 새 감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야구 관계자들은 “넥센이 급하게 경질을 결정한 이유는 조범현 감독을 잡기 위해서”, “넥센이 이미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한 상태에서 감독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어 신생구단의 기호에 맞는 감독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추측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넥센 감독 경질사태에 대해 한 야구 관계자들은 “프런트는 인내심을 갖고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감독은 당장의 성적에 집착하게 되고, 지휘체계에 영이 서지 않으면 팀 내 계파가 생기는 등 갈등의 요소도 생긴다” 이어 “국내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등에서도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들은 그런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감독의 경질은 급히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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