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주어진 시간은 ‘1년’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9-14 14:00:49
프리메라리거로 다시한번 '비상의 날개짓'

자칫 갈 곳 잃은 미아 신세가 될 뻔 했던 ‘벤치리거’ 박주영에게 동아줄이 하나 내려왔다. 박주영은 유럽축구 여름이적시장 마감 시한 하루를 남긴 지난달 31일(한국시간) 극적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행을 택했다.


비록 ‘1년 임대’이지만 어디를 가도 아스날 잔류보다 낫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무조건 떠나야 하는 박주영의 입장에서 스페인행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박주영의 플레이스타일과 스페인리그와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여름이적시장 마감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영국 언론은 아스날이 박주영을 헐값에라도 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리고 하루 뒤 박주영이 셀타 비고로 임대된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여행가방을 들고 아스날 훈련장을 떠나는 모습이 영국 취재진에게 노출된 것이었다.


정황상 스페인행에 무게감이 더해졌다. 이후 셀타 비고 이적설은 급물살을 탔다. 박주영이 온다는 소식에 스페인 기자들이 공항에 진을 쳤지만 박주영은 007작전을 방불케 하며 모습으로 아무도 모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공항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SNS)에 퍼지면서 국내 언론에 의해 스페인 도착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오후 7시 무렵으로 이후 여러 추측 보도가 흘러나왔다.


국내 언론들은 셀타 비고가 이적시장 문이 닫히는 9월1일 오전 0시에 입단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 보도했으나, 1시간도 안 돼 셀타 비고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박주영 영입 사실을 공개, 촌각을 다퉜던 셀타 비고의 ‘박주영 영입기’는 막을 내렸다.


◇ 여러 가지로 박주영에게 유리
박주영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축구스타일상 스페인 리그와 궁합이 잘 맞는다. ‘축구 천재’ 소리를 들으며 어려서 브라질 유학을 마친 박주영은 개인기와 위치선정 능력이 좋다. 힘과 체력을 앞세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스페인 리그는 조직력과 패스위주의 기술축구를 구사한다.


박주영 그 자신도 셀타 비고 입단식에서 “잉글랜드보다 기술적인 스페인이 내게 더 잘 맞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문성 SBS축구 해설위원은 “박주영은 축구 센스와 기술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빅4’ 리그 중에서는 테크닉과 패스축구를 중시하는 스페인리그에 잘 어울린다”고 핑크빛 전망을 내놓았다.


언어에 대한 부담도 덜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소속팀 비고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 인근에 있어 에스파냐어와 포르투갈어를 모두 구사한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로 유학을 다녀온 박주영에겐 반가운 이야기다.


무엇보다 박주영에게 좋은 점은 셀타 비고가 ‘리빌딩’ 중이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까지 2부 리그에 머물다가 6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한 셀타 비고는 살아남기 위해 현재 리빌딩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문성 위원은 “기존 팀에 새 선수가 들어가게 되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지만 리빌딩 중인 팀에 들어가면 동등한 경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한테 좋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굴러온 돌’ 취급은 안 받는다는 소리다.


파코 에레라 셀타 비고 감독도 “박주영은 패스 게임을 골로 마무리 짓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스페인리그의 공격수로 좋은 측면이 많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적어도 아스날의 벵거 감독처럼 벤치 히터로 만드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 1년간 주전 경쟁 및 실적 부담
이천수와 이호진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역대 3번째 프리메라리거가 된 박주영이지 여전히 위험요소는 남아있다. 우선 박주영의 입단 전까지 팀의 에이스였던 이아고 아스파스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올 시즌에도 붙박이 주전 공격수 아스파스의 자리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셀타 비고 유스팀 출신인 아스파스는 지난 시즌 2부 리그 시절 23골을 몰아넣으며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올 시즌 리그 개막 후에도 2경기 동안 잠잠하다가 지난 2일 오사수나와의 3라운드 홈경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최전방과 2선을 오가는 박주영은 아스파스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어떻게든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또 한명의 문제는 마리오 베르메호다. 그와는 포지션이 겹친다. 그는 스페인 2부 리그(세군다리가) 03~04시즌 득점왕 출신으로 베테랑 선수지만 다행히 현재 나이가 많아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 박주영에게 다소 유리한 점이다.


박주영이 파고들 여지는 충분히 있다. 다만 박주영은 셀타 비고에 ‘즉시 전력’으로 가세한 만큼 팀은 오래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임대의 신분에서 완전 이적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1년 안에 실적을 내야 한다는 점은 그에게 큰 부담이다.


◇ 과거의 아픔 딛고 내일의 희망을
박주영의 스페인 리그 도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그동안 한 번의 성공과 한 번의 실패를 맛봤다.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K리그를 뒤로 하고 프랑스로 떠났던 첫 도전은 성공적이었지만 두 번째 도전은 잘 풀리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지만 축구화에 잔디 몇 번 묻혀보지 못한 채 벤치만 달궜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과거의 아픔은 털고 내일의 희망을 맞이해야 한다. 1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수백명의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영웅대접을 받으며 화려하게 치러졌던 입단식을 보면 박주영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제 그에겐 공격본능을 마음껏 뽐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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