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여행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국내 여행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자금력과 인지도면에서 월등한 롯데가 해외 유명 업체를 등에 업고 여행업계에 뛰어 들면 기존 업계의 지각 변동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온라인유통업체인 롯데닷컴은 최근 일본 여행사 JTB와 합작으로 ‘롯데제이티비(주)’를 설립해 오는 7월부터 여행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롯데닷컴과 JTB가 각각 25억원씩 총 50억원을 투자하고 김진익 롯데닷컴 이사가 공동대표이사 부사장을, JTB측의 사토 류타로가 공동대표 이사 사장직을 맡는다.
발족시점의 종업원 수는 59명으로 예정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아웃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및 인바운드(국내인의 해외여행) 업무를 비롯해 인터넷을 통한 여행상품 판매, 이벤트 및 컨벤션 사업, 롯데그룹의 출장업무 등 포괄적인 여행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롯데닷컴은 오는 7월 영업을 개시한 이후 올해 말까지 2만5000명의 송객실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이를 12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바운드 부문에서 일본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JTB의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 방한하는 여행객들도 유치할 예정이며, 롯데닷컴이 한국에서 구축하고 있는 관광 및 유통 인프라와 JTB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돼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TB는 지난 1912년에 설립된 ‘재팬 투어리스트 뷰로’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1963년에는 (주)일본교통공사로 공식 설립됐다. 작년 기준으로 연 매출액 1조3000억 엔(약 10조원)을 올린 일본 1위이자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여행사이며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 전 세계 31개국에 80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업의 강자인 롯데의 유통망에 10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JTB의 노하우가 결합되는 차원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합작은 무엇보다도 백화점에서 대형마트, 최근 인수가 해결된 TV홈쇼핑에 이르기까지 뻗어있는 롯데그룹의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의 유통 채널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면서 상품 단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측은 “롯데닷컴 뿐만 아니라 TV홈쇼핑을 통한 여행상품 판매를 계획이다”라며 “롯데호텔, 롯데쇼핑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에 있는 롯데월드, 백화점, 호텔, 면세점 등과 서해안에 추진하고 있는 스카이힐 사업(계양골프장 등), 온천사업, 여기에 남해와 제주에 부산롯데월드, 골프장 등이 설립돼있어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롯데의 관광시설이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롯데 관계자 역시 “아무래도 롯데의 관광 네트워크가 전략적으로 이용될 것”이라며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JTB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여행사업 기반을 확보했고, JTB는 롯데그룹의 관광유통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롯데제이티비의 등장은 국내 여행업계의 판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 여행업체들은 ‘당장 우려할 바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행상품의 특성상 단기간 내 진입은 쉽지 않을뿐더러 모두투어와 하나투어 등은 주력상품이 훌세일(도매) 상품인 것에 반해 롯데닷컴은 리테일(소매) 상품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JTB의 일본식 마인드가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JTB가 글로벌 여행사이긴 하지만 매출의 60%이상 일본 국내여행에서 발생해 아웃바운드가 주축인 국내 여향업계와 시장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잘 구축된 국내관광 인프라로 인해 국내 관광을 선호한다”며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과 네트워크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진입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여행업계가 일본의 모델을 따라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자본과 일본의 선진 노하우의 결합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바운드의 경우, 한국에서 기존 JTB 행사를 맡아온 대한여행사, 롯데관광, 세방여행, 한진관광 등 4개 여행사의 향방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회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JTB 물량이 이들 여행사에서 많게는 70~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1만여 개의 중소 여행 업체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뛰어들어 물량 공세로 나온다면 여행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에 대해 롯데측은 “롯데제이티비는 아웃바운드가 위주가 될 것”이라며 “JTB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여행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롯데제이티비의 출현으로 인해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롯데관광. ‘롯데’의 상호명을 사용하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불편한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롯데관광개발의 회장은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 여동생 신정희씨의 남편 김기병씨로 두 회사간 지분관계는 없다.
롯데관관측은 “결굴 두 여행사가 같은 브랜드를 쓰는 셈”이라며 “브랜드 혼용 부분에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롯데관광은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상호명이 롯데제이티비가 되는 것에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여행업 진출로 삼성의 여행업 지출 시기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3월 사업목적에 여행과 운송 관련 서비스를 추가한 바 있다.
한편 롯데의 여행업 진출로 인해 관광수지적자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수지적자는 무려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동남아 등의 여행, 유레일패스 판매량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외국인의 국내관광보다 내국인의 해외관광에 시장이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국내관광 시장은 붕괴되고 있는데 반해 해외관광은 커지고 있다”며 “재벌기업의 진출로 국내 관광수지적자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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