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선, 남심을 흔드는 '제복녀'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9-13 14:49:11
남성 중심의 군대 속 여성의 존재 표현

‘제복녀’에 대한 남자들의 환상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열악한 상영 여건 속에서도 남자들의 제복녀를 향한 로망을 제대로 건드려주는 영화가 있다. 몇백만명은 기본인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분투 중인 곽경택(46) 감독의 ‘미운 오리새끼’다.


이 영화를 보는 남성 관객들의 눈은 군 시절이나 영창이 아닌 극중 유일한 제복녀 ‘권 하사’에게 머무는 것이 사실이다. 권 하사를 터프한 여배우가 맡았더라도 제복만으로 남심을 흔들었겠지만, 청순단아한 데다 신선하기까지 한 미녀가 연기했으니 더욱 행복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바로 ‘미운 오리새끼’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혜선(21)이다.


작년 SBS TV 연기자 오디션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얼굴을 알린 박혜선은 이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곽 감독이 자신의 멘티들을 출연시킨 이 영화에서 헌병대 6개월 방위병인 주인공 ‘낙만’(김준우)의 상급자이자 동갑내기 친구, 첫사랑의 연인인 권 하사를 호연했다.


데뷔작에서 주목 받고 있다는 평가에 박혜선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저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처럼 기회를 주신 곽 감독님, 여러 스태프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의 실제 여주인공은 오리 인형을 들고 다니는 임신한 정신지체 장애인인 ‘혜림’(정예진)이다. 권 하사는 그 보다 비중이 낮다. 그런데 박혜선은 처음부터 혜림이 아닌 권 하사를 마음에 뒀다.


“물론 혜림이 여주인공인 것을 알고 있었으니 저라고 왜 욕심이 안 났겠어요? 하지만 비중보다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곽 감독님을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받은 것도 감사한데 이런 좋은 기회도 얻게 됐으니 잘하지 못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비중이 높지 않아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죠. 존재감이야 제가 더 잘하면 될 것이라고 마음 먹었구요.”


낮은 캐릭터의 비중을 어떻게 역전시킬 수 있었을까. 역시 남다른 노력이 앞섰고, 타고난 미모가 뒤를 받쳤다.


“실제 여군 부사관으로 계신 분들과 만나 걸음걸이, 말투, 경례 각도 같은 것들을 여쭤보고 배우려고 했어요. 또 군대에서 여군 부사관의 이미지가 어떤지 알기 위해 여군 뿐만 아니라 남자 군인들로부터도 폭넓게 얘기를 들었죠. 권 하사가 저 보다 두 살 정도 나이가 많은 것으로 설정된 점을 감안해 외모나 행동도 성숙하게 보이려고 신경을 썼구요”


그녀는 “평소 제 연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제가 맡은 캐릭터와 같은 직업, 위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활하는 분들마저 친숙하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첫 도전이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 다행스러워요”라고 털어놓았다.


박혜선의 승부수가 통한 것일까, 영화 속에서 권 하사와 혜림의 비중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혜림보다 권 하사가 드라마틱한 케릭터다. 올해의 대중문화 코드인 ‘첫사랑’인 동시에 상실의 상처를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 낙만을 위기로 몰아넣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이를 바로잡는 역할도 했다. 한 마디로 모든 갈등의 원인제공자이자 해결자인 셈이다. 게다가 뭇 장병들의 선망인 미녀 부사관이기도 하다.


얘기가 미모로 이어지자 박혜선은 쑥스러워 한다. “에이, 미모라니요. 그저 예쁘다, 안 예쁘다를 떠나서 첫사랑 이미지라면 행복할거에요. 살짝 군인 분들이 특히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호호호.”


일부에서는 ‘권 하사가 너무 무겁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벌어진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권 하사가 동생들의 학비를 부담하는 소녀가장인 점이나 80년대 남성 중심의 부대에서 여군으로서 직면하는 한계와 부담 등 권 하사의 상황을 참작한다면 박혜선이 표현해낸 어둡고 차가운 권 하사가 옳을 수 있다.


박혜선은 혹평도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첫 작품이어서 너무 긴장했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기보다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 잘 해야겠다만 신경을 쓰다 보니 마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네요. 지금 열심히 이런저런 작품들의 오디션을 보고 있으니 곧 새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겠죠? 그때는 제 안에서 권 하사와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을 꺼내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게 부족한 제게 권 하사를 선물해주신 곽 감독님, 서툴기만 한 박혜선식 권 하사를 사랑해주신 관객들께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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