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안해도 좋으니 일단 살아보세요”

산업 / 유상석 / 2012-09-07 09:48:30
집 값 하락 부담 덜어… 수요자에 인기몰이

“일단 한 번 사용해보세요. 부담 갖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나중에 얼마든지 해지하실 수 있으니까요”


대형 마트의 시식코너, 화장품 매장에서 샘플을 나눠주는 판매직원, 신용카드 고객을 모집하는 영업사원 등이 하는 말이 아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하기 위한 건설회사의 눈물겨운 ‘고육지책’ 판매 전략인 것이다.


많은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옵션 100% 보장’ ‘분양가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내세우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 탓에 부동산 시장은 더욱 찬바람만 부는 상태다.


GS건설, 한화건설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분양 성공을 이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이 내건 ‘고육지책’의 파격적인 분양 조건이 수요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 GS ‘집값 떨어지면 회사가 사주겠다’
경기도 일산 식사지구에 분양 중인 GS건설의 ‘일산 자이 위시티’는 대표적인 ‘수도권 악성 미분양 단지’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이후 300채의 미분양 대형 평수가 한 달 반 만에 ‘주인 찾기’에 성공했다.


이는 GS건설이 전용면적 196㎡(약 59평) 이상 대형 평수(59평, 74평, 83평) 300가구에 대해 ‘애프터리빙계약제’를 시행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 제도는 말 그대로 먼저 살아보고 난 뒤 구입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최초 계약은 3년이지만 입주 2년이 됐을 때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최초 계약금 5%를 내고 3개월 안에 나머지 15%를 납부하면 입주가 가능하다. 전용 196㎡(59평)를 예로 들면, 분양가 8억6500만원 중 20%인 1억7300만원 가량을 내면 입주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입주 3년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회사에서 중도금 50%에 대한 이자(4.7%)를 대납해준다. 만약 입주 2년 뒤 구입을 하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1년 안에 잔금 30%를 납부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 3년 뒤부터는 중도금 50%에 대한 이자도 본인이 낸다. 물론 중도금 50%의 대출도 직접 떠안아야 한다.


구입을 원치 않을 경우 1년 더 거주한 뒤 위약금을 내고 퇴거할 수 있다. 위약금은 회사에서 대납해 준 이자 중 일부(2%)에 해당한다. 전용 196㎡의 경우 위약금은 2600만원 가량 된다. 대신 초기 계약금 1억7300만원은 돌려받는다.


정명기 GS건설 위시티 분양소장은 “2년 뒤 70% 이상의 계약자가 구입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나머지 30% 계약자에 대해서도 1년간 분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놨기 때문에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GS건설은 건설사 보유분을 제외한 150가구에 대해서도 애프터리빙계약제에 준하는 혜택을 내놓기로 했다. 가칭 ‘애프터리빙리턴’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애프터리빙계약제와 동일하게 전용면적 196㎡ 이상 대형 평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기존 제도와 다른 점은 입주 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야 된다는 것.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일부 가구를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신 입주 3년 후 계약자가 원할 경우 회사에 분양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 또 계약 당시 분양가의 20%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 경우 3.3㎡(1평)당 분양가는 1450만원에서 1160만원으로 떨어진다. 6개월 내 계약금 30%를 완납하고 중도금 50%를 대출받으면 곧바로 입주할 수 있다.


정명기 소장은 “집값이 떨어질까 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회사에서 재매수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 달 안에 처분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 한화 ‘입주 시점에 계약 해지 가능’
한화건설도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김포시 풍무지구에 ‘한화꿈에그린 유로메트로’를 분양했는데 초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한화건설은 올해 초 ‘계약금 안심보장제’ 도입을 통해 역전을 꾀했다. 입주 시점에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져 계약을 해지해도 위약금 없이 10%의 계약금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인 변심에 의한 분양권 포기도 가능하다. 제도 시행 이후 계약건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70%를 넘어섰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2년 뒤에는 경기가 살아나서 분양가 이상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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