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성폭력…아는 사람이 무섭다

산업1 / 토요경제 / 2012-03-19 11:29:03
성인女 직장내 성희롱 등 성폭행 가장 많아

[온라인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ㆍ청소년은 성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든 실정이다. 비단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직장내에서의 보이지 않는 성폭력으로 많은 여성들이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특히 아동ㆍ청소년과 장애인의 경우 학교에서의 성폭행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그 영향은 일파만파 확대 되고 있다. 장애인의 경우 피해를 입어도 피해사례를 밝히는 데 일반인보다 더 어려워 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991년 4월 개소 한 이후 지난해까지 접수한 총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성폭력은 일부 일탈 행위자에 의한 범죄가 아닌 일상을 파고드는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 기간 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은 총 4만5541건(6만8632회)이다. 이 가운데 성폭력 상담이 총 3만7629건으로 83.3%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총 1151건(1764회)의 상담이 접수됐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성폭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일상 속 성폭력 갈수록 기승
성폭력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범죄가 아니라 폭력으로 인식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일상 공간, 생활공간이 성폭력이 발생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상담통계에 따르면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상담 건수는 980건(85.1%)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범죄가 일부 일탈 행위자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력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성인여성인 경우 직장내 관계에서의 성폭력 상담 건수가 228건(32.4%)로 가장 많았다. 유아, 어린이의 경우에는 친족에 의한 성폭력 상담 건수가 26건(44.1%)과 69건(53.5%)로 가장 많았다.


최근 가해자에 대한 각종 처벌을 강화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 신상공개, 전자발찌 제도, 화학적 거세 도입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접근태도는 성폭력 범죄가 일부 일탈 행위자에 의해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성폭력 범죄는 성폭력 가해자를 사회에서 격리하거나 엄벌에 처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상담소 관계자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될 때 성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며 “일상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민감성을 기르기 위한 사회공동체의 젠더감수성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고죄 폐지와 2차 피해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 법 개선과정에서 무엇보다도 고려돼야 하는 부분은 사법절차상에서 2차 피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친고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며 “형사사법절차상에서 피해자가 부당한 2차 피해를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재판을 앞둔 천안인애학교 교사의 장애 여학생 성폭행 혐의 사건과 관련해 장애인부모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지난 7일 천안시청사에서 성폭력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재판부의 신속한 재판과 전학생으로 성폭력 전면 재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 때문에…’ 여성들 두려움 떨어
직장내 성희롱 문제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지난해 상담통계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경우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는 91건(7.9%), 성인 피해자 중 가해자가 직장내 관계에 있는 사람인 경우는 228건(32.4%)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성희롱을 경미한 사안으로 치부하고 관련 의무조항 준수여부에 따른 제재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는 것이 성희롱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소속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직장내 상사에 의한 성희롱을 문제 삼자 이를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사건이 있었다.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대하는 사회적 풍토와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 중 하나였다.


직장내에서 이뤄지는 차별, 폭력, 고충들은 여성들에게 ‘성희롱’과 전혀 무관하지 않게 일어난다. 직장내 위계에 성별이 개입되고 승진에 있어서 성차별이 여성들을 낮은 직급 혹은 직급이 없는 위치에 머물게 한다. 이 같은 점을 상기할 때 직급 위계가 매개하는 폭력은 여성들에게는 ‘직장내 성차별로 인한 폭력’을 의미하게 된다.


상담소는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경미한 사안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꼬집었다. 상담소 관계자는 “개개인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경미한 사안이거나 사사로운 사안으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일상적으로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직장내 조직문화에 대해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등의 공동체에서는 공동체 내 젠더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고용을 위협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국가 기관에서는 실질적인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의료 지원 확대 필요”
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폭력 피해는 다른 범죄피해와 달리 개인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후유증이 심리적, 정신적 피해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또 성폭력 피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폭력이라고 판단해 국가차원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 후유증을 최소화 한다는 의미에서의 피해자 의료비 지원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특별법에 의거해 신체적,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성폭력 피해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성폭력 피해자 치료비의 절대액수가 부족해 의료비 지급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담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급돼 온 피해자 의료비가 해마다 지원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피해자 치료비로 지원하기로 한 개인이나 연계한 의료기관에 예산이 부족해 지급하지 못한 의료비는 300여만 원에 달했다. 올해에는 3월이 되서야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수요는 늘고 있어 예산확충을 위한 관련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겪는 후유증이 단순히 물리적인 치료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전담 의료기관의 진료과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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