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캐낸 '저항의 몸짓'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3-12 12:46:54
<저항자들의 책> 출간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지난 2011년 말 김근태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그 자체로 유언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투사로, 서민의 대변자로 평생을 살았던 그의 유언에 붙은 제목은 “2012년을 점령하라”였다.


인류가 진보해온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기존의 권위나 억압에 저항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던 수많은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노예, 농민, 무산계급, 여성, 유색인, 이민자, 학생, 노동자, 동성애자 등, 때로 무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남긴 저항의 목소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기억되었다.


그들은 억압자가 규정한 불합리와 부조리의 틀을 깨부수기 위해 각자에게 최적화된 표현 수단을 강구해냈다.


이 책 <저항자들의 책>은 바로 이런 ‘무명’들, 혹은 4000년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작게나마 이름을 올렸던 수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저항의 목소리가 담긴, 출판물부터 연설문, 벽보, 법정 최후 진술, 유언, 시위대의 낙서, 대자보, 슬로건, 시, 팸플릿, 대중가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기록들을 당시의 역사적 상황 설명과 함께 담겨 연대순으로 묶었다.


기원전 스파르타쿠스의 노예봉기부터 부시에게 신발을 벗어 던진 바그다드의 기자까지,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캐낸 저항의 몸짓과 항변들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특히 만적의 난, 동학농민운동, 4·19혁명, 광주민주항쟁 등과 같은 우리 민중의 목소리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자라는 형식을 빌려서 시대를 초월해 존재해온 저항자들의 목소리와 외침은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시대를 고민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철학자와 사상가들에게는 사유의 토대가 되었으며, 평범한 민중에게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들은 또다시 다음에 오는 세대에게 새로운 저항의 형식과 내용으로 전달되었다. 그럼으로써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변화와 변혁을 가져오기 위해 산을 옮기고자 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 강력해지고 첨예하게 세공될 수 있었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진보 진영의 담론을 이끌어온 뉴레프트북스·버소 출판사는 여태껏 축적해온 문헌 자료에 노엄 촘스키, 슬라보예 지젝, 에릭 홉스봄, 베네딕트 앤더슨 같은 급진적 석학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집대성해냈다.


현지 언론들이 “감동적인 국제적 연대와 단결의 성취”,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앤솔러지”, “이 책을 읽는 행위는 분노하는 우리 자신의 최고 버전을 맞닥뜨리는 것과 같다” 등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 지금 이 시대에 요구되는 절실한 변혁 의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기념비적 앤솔러지이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남겨진 몫은 분명해졌다. 불합리와 부조리가 판치는 세상에 분노하고 진정으로 변화를 갈망할 때 시민 개개인은 저항자가 되어 함께 일어선다. 앤드루 샤오 외 편저, 김은영 역, 2만원,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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