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팀] 대학생들의 근심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대학생들은 등록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 구조에서 허덕이고 있다. 학부모는 등록금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올해 서울시립대만 유일하게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율은 2% 안팎에 그쳤다.
지난해 감사원의 대학 등록금 감사 결과 대학들의 운용결과에 따라 최소 12%까지 등록금을 인하 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사립대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내놓은 5% 인하안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하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학생과 학부형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이 우선적으로 적극적인 인하를 단행해야하며 정부도 장학금 지원 등 정책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 등록금 인하
‘반값 등록금’ 압박에 몰린 대학들이 2012학년도 새 학기 등록금 인하안을 발표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2% 안팎에 그쳤다. 고려대와 숙명여대, 성신여대, 성균관대 등이 2%, 한국외대 2.2%, 연세대와 중앙대가 2.3%, 서강대 2.4%, 이화여대 3.5% 등으로 등록금을 낮췄다.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하안을 내놓았지만 인하폭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내놓은 5% 인하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감사원이 대학 등록금 감사 결과에서 대학들이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할 경우 최소 12%까지 등록금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하 폭이 워낙 낮아 올해 대학 등록금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한 대학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등록금 인하 여부를 두고 대학 곳곳에서 학생들이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개강을 하기도 전에 학교 측과 학생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연세대 김삼열 총학생회장과 안자올 부총학생회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회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학교 측의 등록금 10%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난색을 표해 지난 1월31일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기 위한 단식농성을 벌였다.
최근에는 성적 우수장학금 대상으로 뽑힌 10명의 학생이 예산삭감 때문에 장학금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세대측은 “장학금 정책을 소득분위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일부 단과대학의 장학금 배정액 역시 변동됐고 장학금 총액은 오히려 늘었다”고 해명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12월부터 등심위 위원 구성을 두고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다. 수차례 대립 끝에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인하 폭을 결정했다.
확충된 교내 장학금을 고려하면 등록금 부담 완화율은 6.7%가 되고 여기에 국가장학금 예상액을 합치면 전체적인 등록금 부담 완화 정도는 약 10%가 된다는 것이 이화여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판단은 다르다. 정나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대학 등록금 인하는 3.5%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인하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큰 폭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하율은 5% 미만이지만 장학금 확충 등으로 실제 그 이상의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것이 대학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감사원이나 대교협의 5~12% 등록금 인하율은 대학마다 다른 여건을 고려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장학금 지급 혜택이 확대된 만큼 실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등록금 인하율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꺼번에 등록금을 내리기보다는 장학금을 늘리는 것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단순히 등록금 인하율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요란했던 구호에 비해 등록금 인하 폭이 낮아도 너무 낮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한모(26)씨는 “대학마다 온갖 등록금 인하대책을 마련했지만 학생들이 전혀 체감할 수 없을 정도의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며 “장학금을 대폭 늘렸다는 학교 측의 설명에 학생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딸이 함께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부모 이화영(51·여)씨는 “대학 측이 내놓은 등록금 인하율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정도”라며 “비싼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을 생각한다면 대학들은 단 돈 만원이라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노력한 흔적은커녕 생색내기에 급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진걸 등록금넷 정책팀장은 “등록금 1000만원시대에 주거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3000만원이 들어가는 시대에 등록금 5% 인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서울시립대처럼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여야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 공부에 전념해 대학과 사회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대학 전입금이 11조원 넘게 쌓여있는데 이를 가지고도 당장 등록금 10% 인하가 가능하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의 장학금 지원이 확대되고 대학차원에서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 반만 들어도 등록금은 다 내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 다니는 A씨. 현재 4학년인 A씨는 올해 2월 졸업해야하지만 고심 끝에 1년 더 학교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졸업생보다는 재학생을 선호하는 취업시장 분위기가 A씨로 하여금 학교에 남도록 했다. 머릿속엔 학점을 끌어 올려 좀 더 돋보이는 ‘스펙’을 쌓겠다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도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추가학기 등록금 상담 중 학교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4과목(11학점)을 수강하는데 등록금 전액을 내야 한다는 것.
상담을 마치고 나온 A씨는 “왜 18~21학점을 꽉 채워 듣는 학생과 내가 똑같이 등록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의 사례처럼 실제로 전국 각 대학의 추가학기 등록금 셈법은 참 묘하다.
성균관대 학생은 1~3학점을 수강할 경우 학기 등록금의 6분의 1, 4~6학점을 이수할 경우 3분의 1을 낸다. 7~9학점은 반액, 10학점 이상은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4학점을 수강하는 학생이 3학점을 듣는 학생의 2배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는 불합리한 경우마저 생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교과부 지침에 그렇게 돼 있다”며 “대학 요람에 있는 시행세칙에 따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외에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이 납득하기 어려운 추가학기 등록금 셈법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성균관대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는 다소 다르긴 하지만 10~11학점은 학기 등록금의 4분의 3, 12학점 이상은 전액 지급 등 구간을 좀 더 세분화시켰을 뿐이다.
교과부도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을 보면 추가학기를 다니는 학생이 지급해야 하는 등록금 비율이 나와 있다”며 “나름대로 입법 취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와 대학의 고자세에 등록금 관련 시민단체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추가학기 등록금 산정 기준이 학생들의 돈을 더 뺏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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