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터넷실명제 ‘반성’합시다

산업 / 정수현 / 2012-08-28 17:59:57

‘악플’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인터넷실명제’가 위헌으로 결정됐다.


도입전부터 ‘정보인권’부분에서 상당한 침해가 있을 것이란 우려에도 시행을 감행하더니, 결국 온국민에게 민폐만 끼치고 5년만에 폐지됐다. 제도가 없어진 이유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참여 침해’, ‘주민등록번호 수집으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이 부분에서는 온 국민이 피해자였다.


우선 정치적 표현에서 이 제도는 국민들의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다. 비판의 자유는 익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비로소 완전해진다. 이름없는 시민의 과감한 비판과 용감한 고발은 언제나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어 왔고, 이런 소중한 익명표현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의 정치참여를 가로 막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선거시기에는 국민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있으며, 비밀투표의 원칙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선거 시기 익명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야 한다. 선거시기 조차 국민으로부터 비판의 자유를 빼앗는다면 민주주의는 요원해지고 국민은 정치인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 실명제 ‘치하’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치적 의지를 써놓더라도 직설적표현보다 ‘간접적 표현’을 쓰거나 아예 입을 닫아버리게 됐다. 인터넷 실명제가 실행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가장 큰 오점인 ‘주민등록번호 수집의 오남용’도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


주민등록번호는 한번 유출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 이미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개인정보침해유형 통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사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바 있다.


실제로 이 제도가 존재하던 때 전국민의 주민번호는 거듭 유출됐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외국 사이트 아이디로 로그인해 댓글을 작성하면 국내의 언론사 웹페이지에 그 내용이 표시될 수 있어 실명제는 집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가 이 같은 문제들로 사라지지만, 처음 제도의 도입목적을 제대로 알고 왜 결국 폐지되었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악플 문제나 청소년의 성인물 무분별한 접근, 게임 과몰입을 막겠다며 도입됐다. 이 점 때문에 제도의 폐지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실명제의 실패처럼 이 같은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 조처만으로 간단히 해결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더 이상은 안이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여타의 현행 제도들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또한 차제에 주민등록번호 자체에 대해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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