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른 기업들 '동산 대출'

산업 / 전성운 / 2012-08-27 08:51:38
부동산 바닥에 "기계 감정해달라" 아우성

부동산이 없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이 동산담보대출로 몰리고 있다. 출시된 지 13영업일 만에 500억원이 넘는 대출금이 중소기업에 지원됐으며 올해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출시 이후 동산담보대출의 실적(23일 기준)은 약 550억원에 이른다. 외환(156억원), 하나(138억원), 기업은행(103억원)이 1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으며 국민(79억원), 신한(39억9000만원), 우리(28억원)도 수십억원의 동산대출을 실시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 8일부터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0.8%포인트가량 낮은 동산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취급 대상 담보는 공작기계․사출성형기 등 범용성 기계기구, 후판·철근 등 원자재, 냉동보관중인 수산물 또는 축산물, 생육중인 소, 쌀 등이다.


당초 금융권은 올해 동산대출 목표액을 2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출시 한달도 안 지난 상황에서 벌써 목표액의 25% 이상을 달성했다. 이 추세라면 2000억원을 넘기는 것은 물론 두 배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북에 소재한 한 기업은행의 지점장은 "이 지역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부지를 빌려 사업을 한다. 그동안 부동산이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던 업체들이 자신들의 기계 등을 담보로 대출받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아직 사업 초기이고 지금이 휴가철인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산대출이 기존 부동산대출에 비해 1건당 지원규모가 크다는 것도 목표액 초과달성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최근 매출채권을 담보로 100억원의 대출을 제공했다.


담보로 잡히는 동산의 절반 이상이 유형자산, 재고자산에 몰려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농협, 수협은행 등이 농·축·수산물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농협은행이 실행한 동산대출 4억원 가운데 농·축산물 담보대출은 약 140마리의 한우를 담보로 한 1건(1억원)에 불과하다. 농협 관계자는 "농업인들의 자금 수요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수협은행은 아직까지 동산대출 실적이 없다. 동산대출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절차상 불편을 호소하며 대출계약을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수협은행은 지난 2001년부터 냉동수산물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해 왔다. 현재 잔액은 약 500억원(800여건). 이 대출은 담보로 잡힌 수산물이 저장된 냉동창고 운영자와 은행이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면 자금이 집행된다.


반면 이번에 출시된 동산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산물에 대해 등기 등록을 해야만 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동산대출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담보 등기 등의 절차를 불편해 하며 대출을 포기하는 업자들이 있다"며 "이미 냉동수산물 담보대출이 있다보니 새로 실적을 거두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