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봉사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문화라이프 / 전성운 / 2012-02-27 12:11:38
<점령하라> 출간

2011년 9월 17일 시작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월스트리트의 주코티 공원을 점거하고 족쇄 풀린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99%의 목소리를 온 세계에 전파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 100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저항과 연대의 정신을 표방하는 수많은 제2, 제3의 점령 운동을 일으켰다.


농담 같은 이야기에서 출발했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 뜨겁게 타오르게 된 계기는 경찰의 무리하고도 폭력적인 진압이었다. 경찰이 시위대를 봉쇄하고 여성 시위자들을 향해 최루액을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동영상이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이는 오히려 점령 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였다.


사실 중요한 것은 주코티 공원의 점거 여부가 아니다. 점령 운동의 목소리는 이미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 전 세계 99%의 대중이 세계 곳곳을 점령하며 저항의 목소리를 높이도록 촉발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많은 도시, 스페인과 캐나다로 시위는 퍼져 나갔고, 10월 29일 총 행동의 날에는 세계 1000여 개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와 집회가 열렸다. 노엄 촘스키와 같은 지식인과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는 지지와 연대를 선언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합의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상징은 ‘총회’다. 자신의 신체, 자신의 노동력이 가진 것의 전부인 99% 대중이 그 신체를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고, 화합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집단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신뢰를 되살아나게 한다.


주코티 공원 동쪽에 있는 붉은 조각상 아래서 매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총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총회를 지배하는 연대의식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정치를 하는 새로운 방식을 꿈꾸게 된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특정 단체나 지도부가 이끄는 시위가 아니라, 모여든 시민, 99% 대중이 만들어갔다. 사람들은 연대하여 싸우고, 때로 방황하고 갈등하다가 다시 뭉쳐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시행착오와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통과 의사결정 방식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 등장했던 민주주의의 원형을 상기시킨다.


<점령하라>는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이 시작된 후 처음 몇 달간의 기록이다. 그러나 외부 지식인이 아닌 시위에 몸담은 ‘시위자’들의 공동 작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 자체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 가진 ‘99%의 정신’을 대변한다.


언론은 구호를 조명하고 지식인은 해석하고 비평할 뿐이지만, 시위자들의 존재, 그들의 목소리가 시위의 본질이다. 시위는 끝나도 시위자들은 남는다. 그들이 나서 99%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이 책은 ‘그들이 곧 우리’임을, ‘그들의 싸움이 우리의 싸움’임을 보여준다. 시위자(Writers for 99%) 저·임명주 역, 1만3000원, 북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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