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짓다보니 '죄다 빈 집'

산업 / 유상석 / 2012-08-24 14:04:18
도시형생활주택 공급과잉 '심각'

1~2인가구의 주거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 그동안 이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동산 업계에서 들려왔는데,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건축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지난 4년간 전국적으로 16만가구가 일시에 공급된 탓에 미분양과 공실 증가, 수익성 악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한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5만6826가구로 지난해 하반기(5만4301건)보다 4.6% 증가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전체 공급량의 61%에 달하는 3만2984가구가 집중됐다.


이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비해 주차장 등 건설기준이 완화되고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받지 않으며 올해까지 국민주택기금에서 연 2%의 저리로 건설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등 공급자에 대한 혜택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고분양가ㆍ공급과잉에 미분양 속출
가장 큰 문제는 공급이 단기간에 급증했다는 것이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자 미분양, 공실 증가 등 예고됐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해 6월 준공했지만 지금도 회사보유분을 분양하고 있다. 평균 2억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에다 인근에 유사한 규모의 다세대 원룸이 들어서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집중됐던 마포구와 송파구, 영등포구 등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다. “분양 당시 청약률이 수십 대 일에 달했다”는 광고와는 달리 실제로는 저조한 계약률 탓에 분양 개시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보유분ㆍ특별 분양 등의 명목으로 재분양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은 미분양 증가뿐 아니라 계약자들의 임대수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도입 초기에 도시형생활주택 붐이 일면서 분양이 성공하자 인근에 유사한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ㆍ원룸들이 난립하면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도시형생활주택 1호인 하나세인스톤1차가 성공적으로 분양에 성공하자 인근에 비슷한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이 대거 들어섰다”며 “하지만 수요가 한정된 탓에 초기보증금 1000만원에 월 70만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최근엔 보증금 500만원에 월 55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형생활주택 분양대행사 사장은 “최근 공급이 너무 몰리다보니 준공 후 분양을 해도 10가구 중 4가구는 미분양된다”며 “이런 급박한 사정 때문에 시행사는 회사 보유분을 전세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공사비 회수를 위해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 손 떼는 사업주들… 용도 변경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시형생활주택 신규 인ㆍ허가 건수도 줄었다. 지난 6월 한 달 간 전국에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1만977가구로 전월대비 6.8% 감소했다.


특히 5대 광역시의 경우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공급량이 많았던 부산은 6월 공급량이 전월대비 57.7% 감소했고 인천(-28.5%)과 대구(-92%) 등도 급감했다. 5대 광역시 외에 전북(-70.2%) 제주(-67.8%) 경남(-33.7%) 경기(-3.6%) 등도 공급이 줄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미분양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도시형생활주택에 관심을 보이던 중소형 건설업체들도 서서히 손을 떼는 추세”라며 “기존에 도시형생활주택을 짓기 위해 도심부에 토지를 매입한 시행사들도 오피스텔이나 관광호텔 등으로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업용 토지를 확보해 놓은 사업주들이 여전히 많고, 이미 건축 중인 도시형생활주택도 있는 만큼 당분간은 공급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ㆍ월세난 해소 등을 위해 단기간에 1~2인 주택 공급물량을 늘려야 했던 정책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덕례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1~2인 가구 증가 속도에 비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이미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 공실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수익률도 빠르게 하락해 인위적인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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