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8일 오후 2시 첫 공판을 시작으로 주 2∼3회씩 재판을 열어 약 10회의 공판을 가진 뒤 4월9일 선고를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은 "돈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양측은 동일인물 2명을 포함해 각각 26명과 7명을 증인으로 신청,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곽 전 사장 등 31명의 증인이 법정에 설 예정이다.
한 전 총리 측이 여전히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기본적인 전제를 성립시키는 곽 전 사장 진술은 재판의 가장 중요한 뼈대다.
통상 법원도 뇌물죄의 유·무죄 판단을 할 때 공여자 진술의 합리성과 일관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피고인이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이를 입증할 물증이 없는데도 유죄가 인정되려면, 공여자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대질심문 당시 곽 전 사장의 발언과 행동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측에 따르면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와 대질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진술을 수차례 번복하고 불분명한 답변을 했다.
한 전 총리 측은 또 상식적인 수준에서 곽 전 사장 진술에 접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춰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직접 5만 달러를 옷에 집어넣으며 곽 전 사장 진술의 맹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외에도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의 압박수사로 곽 전 사장이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까지 제기, 검찰 수사를 근원적으로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인사청탁 과정에 한 전 총리와 당시 산업자원부 최고위층이 함께 관여한 것으로 파악, 이들의 진술과 당시 정황 등을 들어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검찰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원하던 곽 전 사장이 오찬 자리에서 직접적인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공기업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가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동석한 사실만으로도 정황 증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정 대표 등을 만난 2006년 12월20일은 석탄공사 사장 후보 응모 마감 6일 전이었고, 석탄공사는 2007년 1월 산업자원부에 곽 전 사장을 포함한 3명을 신임 사장으로 추천했다.
검찰은 또 곽 전 사장이 "(당시 오찬에서)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포괄적)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 이를 통해 청탁에 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검찰은 현재 5만달러의 사용 흔적을 포함해 미공개 정황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 전 총리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도 재판에 적절히 활용해 한 전 총리 측 주장을 흔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곽 전 사장의 건강 악화가 변수일 것으로 판단,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의 불안정한 상태가 자칫 법정에서의 진술번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리는 공판에는 수차례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한 전 총리도 출석하며, 22일 오후 2시에는 뇌물을 주고 받은 장소로 알려진 총리공관에 대한 첫 현장검증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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