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뜰 수가 없어요"

산업1 / 전성운 / 2012-02-20 13:53:59
라식·라섹의 '불편한 진실'

각막을 깎아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이 국내 도입된 이래 점점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흔한 수술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파격적인 수술비용 할인이나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일부 병원들의 지나친 상술과 과장광고와 지나친 환자유인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시력 회복은 커녕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따가워서 아침에는 눈을 뜨는것 조차 힘들어요.” 지난해 4월 라섹수술(시력교정수술)을 받은 직장인 노모(31)씨는 최근 다시 안경을 쓰고 생활하고 있다. 노씨는 중학생 때부터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했지만 벗었다 끼었다 하는 등의 여러가지 불편함을 느껴고민 끝에 시력교정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노씨의 시력은 수술을 받고 6개월이 지나면 1.0~1.2까지 좋아지고 별다른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0.1로 뚝 떨어졌다. 노씨는 처음에는 회복이 안 된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극심한 통증까지 느낄 정도의 안구건조증은 물론 야간에는 빛 번짐 현상이 심해 운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노씨의 가방에는 인공눈물이 가득했다.


노씨를 수술한 병원은 부작용의 경우 약물치료로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다며 1년여간 약물치료를 시행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노씨는 병원측에 수차례 항의한 끝에 재수술을 받기로 했다.


노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수술 후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설명한 의사가 원망스럽다”며“라식수술보다 라섹수술이 더 안전하다는 의사의 말만 믿고 라섹수술을 받았지만 지금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고가의 수술 부추기는 병원


지난 1990년 각막을 깎아 시력을 교정하는 시력교정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래 해마다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흔한 수술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파격적인 수술비용 할인이나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병원에서는 안전성을 이유로 고가의 수술을 부추기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부작용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무분별하게 수술이 이뤄져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A 시력교정수술 전문병원. 이곳은 인터넷에서 파격적인 수술 비용 할인행사를 홍보하고 있는 곳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병원 안에는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각막 두께와 자동 굴절, 안압 등 50여가지의 검사를 마치자 곧바로 의사와의 상담이 이어졌다. 의사는 상담을 받는 내내 “병원에서 라섹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셀 수 없을정도로 많다”면서 “라식수술보다는 라섹수술을 더 안전하고 부작용도 없다”며 온갖 감언이설로 수술 비용이 비싼 라섹수술을 받도록 부추겼다.


병원 코디네이터는 “70만원짜리 라식수술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욱 안전한 라섹수술을 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고, 할인혜택기간이 얼마남지 않아서 서둘러 예약해야 합니다”라며 수술 예약을 강권했다. 예약을 주저하자 코디네이터는 “회사 게시판에 병원 홍보성 글을 올리거나 2~3명을 데리고 오면 50만원을 할인해주겠다”,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수술비용을 깎아주겠다”고 꼬드겼다.


◇ 병원간 경쟁 치열… ‘박리다매’식 수술 선호


일부 시력교정수술 전문병원에서 파격적인 수술비용 할인행사에 나서고 라섹수술을 부추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A 전문병원 전문의는 “지금의 건강보험 급여체계로 일반 환자들만 진료할 경우 사실상 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다”며“최근 시력교정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경쟁이 내몰리다 보니 ‘박리다매’식 수술을 하지 않고선 엄청난 광고비를 감당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과 전문의들은 “라섹수술이 라식수술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라식수술은 각막에 절편을 만든 후 굴절정도를 레이저 통해 잘라낸 뒤다시 절편을 깨끗하게 덮어주는 수술이고, 라섹수술은 각막의상피만 얇게 벗긴 후 각막을 깍아내는 수술이다.


A 전문의는 “지나친 경쟁으로 치솟은 광고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더 많은수술을 해야하는 병원 입장에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할 여유가 없다”면서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무분별하게 수술을 하다보니 안구건조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안과의사회 “철저한 관리·자구책 마련 한다”


이에 대해 대한안과의사회는‘라식·라섹’분야 인증서 발행을 시작으로 ‘라식·라섹학회’창립을 준비하는 등 라식·라섹 분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대한안과의사회 박우형 회장은 “라식·라섹 등 굴절수술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설단체들이 환자들을 현혹해 무분별한 수술을 남발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인증서 발행은 라식·라섹수술 정도관리의 시작이며 내년에는 라식·라섹수술의 질관리는 물론 발전을 이끌고 대국민 홍보를 주도할 라식·라섹학회 창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안과의사회 라식·라섹수술 이태원 위원장도 “미끼 상품으로 파격적인 할인행사 등으로 영업하는 것들이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도를 넘어선 병원들의 홍보활동은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근시의 정도나 안압, 각막 두께 등에 따라 교정효과와 안정성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수술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환자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을 통해 이해시키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회에서는 일부 병원들의 지나친 상술이 과장광고나 환자유인행위에 해당되는지 검토 중”이라며 “의사회 차원에서 라식·라섹수술 위원회를 조직해 환자에게 직접 인증서를 나눠주는 등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에서 영리목적으로 수술을 강요할 경우 의료법 27조‘환자유인행위'에 해당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자격정지 2개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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