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판에 언젠가부터 '진보'라는 망령이 큰 칼을 들고 망나니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그 진보의 망령이 잉태시킨 희대의 사생아가 바로 ‘통합진보당’이다. 태생부터 ‘좌파’와 ‘우파’가 손을 잡은 정당이라는 전 세계 정치사를 둘러봐도 전무후무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태어난 아이는 프랑켄슈타인이자 키메라이며 두억시니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세포붕괴를 일으키고 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융합하려 했던 결과는 서로가 서로를 ‘암’으로 규정, 공격하고 이로 인해 육체가 허물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삼두정치를 형성했던 ‘우파’ 유시민과, ‘PD’ 민노총은 ‘NL’을 ‘악’으로, ‘암’으로 규정, 잘라내기에 골몰했지만, 사실상 통합 전 ‘민주노동당’의 주역이었던 ‘NL’이 이를 환영, 스스로 떠날 리는 만무했다. 결국 민노총이 통진당 지지를 철회, 각자 갈 길을 가자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물며 내부에서도 이럴 진데, 외부에서는 어떻겠는가. 지난 5월 2일 조준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선거 진상조사위원장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뒤, 거의 모든 언론과 지식인이 좌우 가리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와 ‘종북’을 내세우며 소위 ‘구당권파’를 질책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 뒤로 현재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신당권파에 의한 ‘비례대표후보 일괄사퇴’라는 주장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저자들은 이번 통진당 사건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를, 검증 가능한 사실들을 제시 통진당 사태의 진실에 대해 언론들이 전하고 있지 않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이들은 진실 규명의 목소리는 묵살한 채, 한 정파를 처음부터 마녀로 규정하고 잔인하게 사냥해대고 있는 다른 정파들, 언론들, 지식인들은 과연 어떤 의도와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 묻는다.
과연 이석기와 김재연은 한국 진보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마땅한 정치적 패륜아들이며 한 정당의 비례대표 선거를 둘러싼 절차상의 문제를 ‘종북’몰이로까지 확대하는 이념공세는 온당한 것인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금 통진당 사태의 진상과 해법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결과적으로, 이번 통진당 사건은 ‘진보’, 그것도 ‘우파 노무현’에 의한 진보의 허상을 드러내는 계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김인성 등 저, 1만6000원,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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