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식 ‘진보’ …교육 질풍노도

산업 / 이준혁 / 2012-02-13 15:20:24
교육감 복귀 첫 업무 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 ‘파장’

[토요경제 = 이준혁 기자] 지난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업무에 전격 복귀하면서 교육계가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곽 교육감은 지난달 20일 복귀하면서 첫 공식 업무로 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를 택하는 등 본격적인 ‘진보’ 교육정책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보수단체들은 이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서울 지역 학교장에 학생인권조례 관련 학칙 개정을 거부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곽 교육감 반대 운동’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 교원단체들은 곽 교육감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곽 교육감과 정부 모두 일선학교와 학생들을 담보로 하는 다툼을 자제하고 교육현안에 대해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적극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교육감 자질 '논란' 가중
곽 교육감이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돼 직무집행이 정지된 후 4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한데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보수단체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연일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곽 교육감의 사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법원이 교육감 선거 때 진보진영 후보자 중 한 명이었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곽 교육감에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뒤 석방한데서 비롯됐다.

곽 교육감은 구속이 풀려난 상태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교육감 업무 수행이 가능하자 서울교육청으로 출근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그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곽 교육감이 출소 후 교육청에 첫 출근한 날부터 시민단체 회원들은 그를 쫓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국기독교사회책임 회원 6명은 곽노현 교육감이 교육청에 첫 출근 하던 날 오전 8시21분께 교육청 정문 앞에 누워 “곽노현 아웃”을 반복적으로 외치며 도로를 점거했다. 곽 교육감이 출근한 지 10여분이 지났을 때 시민단체 회원 5명은 9층 집무실로 올라와 “교육감 아무나 하나” “사퇴하라”고 소리 지르며 말리는 교육청 직원들에게 계란을 투척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보수 시민단체들은 곽 교육감이 연휴를 포함한 샌드위치 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지난달 30일부터 매일 아침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곽 교육감의 출근을 비난하고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학부모들은 교육 수장이 깨끗하고 투명하고 올바르길 바란다. 그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곽 교육감의 사퇴를 주장했다.

교총 역시 “곽 교육감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곽 교육감이 주장하는 선의의 긴급부조를 인정하지 않은 유죄 판결”이라며 “교육수장으로 가장 요구되는 덕목인 ‘도덕성’과 ‘권위’가 상실된 만큼 곽 교육감은 깨끗하게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시민단체 등의 이 같은 반발을 감안한 듯, 지난 1일 직원 월례회의에서 자신의 무죄를 거듭 주장하며 결코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날 그는 “지난 133일 동안 교육청을 떠나 있었다. 나로 말미암아 직원들이 당혹감을 느끼고 업무에 혼선을 빚게 해서 송구스럽다”고 운을 뗀 뒤 “처음부터 나는 무죄임을 말하고 남은 재판에서도 이것이 당연히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 교원단체들은 곽 교육감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곽 교육감의 1심 판결은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 주장의 무리함과 근거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서울 교육 혁신을 위한 철학과 정책이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곽 교육감의 업무 복귀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재판부의 1심 결과는 곽 교육감의 선의에 따른 지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곽 교육감은 어렵게 업무에 복귀한 만큼 소신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고 응원했다.


▲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학부모들이 곽교육감의 즉각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등 진보정책 구체화되며 논란 심화
이런 논란 속에서도 곽 교육감은 정부의 반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핵심 정책인 서울학생인권조례 실행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곽 교육감은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권한대행이자 소위 ‘교과부 사람’인 이대영 부교육감이 서울시의회에 요청했던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를 철회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조례를 공포하고 하루 뒤에는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조례에 따른 학칙개정 등을 주문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연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과부는 곽 교육감이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직후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 청구와 집행정지(효력정지) 결정을 신청했다. 조례의 공포는 법률에 보장된 주무부 장관의 재의요구 요청권을 침해하는 등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반박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장관이 교육감에게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8조에 따르면 교육감이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재의 요구를 하도록 요청받은 경우 교육위원회 또는 시·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먼저 법령에 ‘철회’에 대한 규정이 없다. 철회 자체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라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교과부 장관이 교육감에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므로 재의를 다시 요구한 것”이라고 전했다.

시의회에서 이송된 날로부터 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기간(20일)이 지났다는 시교육청의 지적에 대해서는 “곽 교육감도 20일이 지난 후 철회했다. 이는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장관의 재의요구 요청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과부는 시교육청이 조례 관련 학칙 개정을 지시하자 “대법원 판결 시까지 학칙개정 지시를 유보토록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각급 학교의 학칙 개정 지시는 공익을 해치거나 법령에 위반될 수 있다”며 “지방자치법 제169조제1항에 따라 대법원 판결 시까지 ‘학칙개정 지시’를 유보토록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이 같은 교과부의 움직임에 대해 “서울학생인권조례에는 유엔아동인권협약 정신과 서울시민의 민의가 담겨 있다”며 “그럼에도 교과부가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결코 정부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일류 국제사회를 향한 국가 정부의 약속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건 교과부 장관의 일”이라며 “교과부 장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교육감들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무질서, 무책임, 방종을 조장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나머지 너무나 많은 억측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못박았다.

학생인권조례 외에 또 다른 곽 교육감의 핵심 정책들인 고교선택제 수정, 혁신학교 확대 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교육정책 공조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곽 교육감은 지난 3일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강동구 선사고등학교를 방문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교육 현안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논란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제하고 절제하는 능력이 있다. 믿어주고 키워줘야 한다"며 "흔들어놓은 콜라병 같은 아이들인데 충돌하기 보다는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무조건 금지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과 정부 간 마찰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칫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측 간 원만한 타협이나 합의가 속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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