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미국의 노인금융보호특별법인 ‘시니어세이프2018’을 벤치마킹한 한국판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이 제정 추진에 탄력을 가하고 있다.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은 금융위가 지난해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려했다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에 가려 법 추진이 어려울 뻔 했었다.
현 금소법에는 금융거래시 ‘취약계층’에 대한 대상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 이에 ‘금융고령층’인 노인이라는 지칭을 명확하게 하고 금융착취, 사기,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거래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대비 보호할 수 있는 대응책 매뉴얼을 검토하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소법과 별개의 고령층 대상의 금융착취 방지를 위한 법안이 이르면 내년 초에 탄생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가 취재한 결과 금융위는 노인금융피해방지법(가칭) 제정에 있어 미국에서 최근 추진 중인 ‘시니어 세이프2018(Seniorsafe)’이라는 특별법과 유사한 한국형 모델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착취를 방지하는 방식을 검토 중에 있다.
이에 향후 실제 법안이 발의되면 앞으로 고령층에 불리한 금융거래 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은 고령층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이익이나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고령층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등이 급증하자, 이에 대한 노인을 위한 단독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코로나19, 핀테크 확산 등으로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고령층 소비자들이 겪는 디지털 소외현상이나 정보부재로 인해 위험 리크스가 큰 펀드상품 등에도 가입해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금융위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일환으로 ‘노인금융피해방지법’(가칭)을 만들어 노인 대상 금융사기는 물론 보호자나 지인이 노인의 재산을 빼앗는 것을 막고, 치매 노인의 후견인 역할을 지원하는 일명 ‘치매 신탁’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작년에 내놨다.
예컨대, 노인이 고액을 결제하면 보호자 휴대전화에 결제내용이 자동 통보되는 신용카드, 기능을 단순화한 고령자 전용 스마트폰 앱도 만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법안 취지에 대해 밝히고 당시 2020년 연말까지 제정한다고도 했었다. 그 전에 해외사례 등 연구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노인을 위한 금융보호법령을 검토한 후 작년 말까지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안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정계획은 올해로 미뤄지면서 일각에선 지난 3월에 시행된 금소법이 나온 후 상품설명 강화·불완전판매 규제 등 일부 내용 겹치는 부분 때문에 중복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8월 금융위가 제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추진전략으로는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 △안정된 노후생활 지원 △금융사기 및 착취 방지 강화 △고령층 금융역량 제고 등이었다.
금융위는 그러나 금소법 시행에 따라 고령층을 위한 별도 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일각의 의견을 무릅쓰고 오로지 노인만을 위한 ‘금융피해방지법’의 초안 만들기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의 일환으로 해외 사례 및 국내 취약계층 보호법령 등을 검토해 올해 7월 초 연구용역을 마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초안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 관련업계 관계자들과 TF를 구성해 연구용역 토대로 방식 여부를 논의 중에 있으며, 하반기 중 국회 논의를 거쳐 빠르면 2022년 법으로 통과돼 제정될 수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관련 연구용역에 대한 내용을 취재해보니 현 금소법 조항에 빠져 있는 ‘노인’을 위한 사후적인 금융대책들이 포함된 내용들이 구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용역에 참여한 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고령층은 늘어나는데 고령금융소비자 보호 법제는 국내에서는 명확하게 없다는 것이 문제로 보였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노인대상 금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봐서 이번 연구용역에 참여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금소법 12조를 보면 ‘차별금지’조항에 ‘취약금융’이라고만 언급돼 있고 구체적 정의는 없었다”면서 “여기에 ‘나이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해외 사례를 찾아본 결과 2018년 미국이 고령자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추진한 것이 있어 이를 토대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은 현재 ‘시니어세이프2018’이라는 명칭의 노인금융피해방지법과 유사한 특별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법은 금융회사들이 노인을 대상으로 ‘가스라이팅’ 해서 재산을 빼돌렸거나 자식이 재산을 착취하는 등을 대비해 보호하는 목적에서 만든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에는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명확한 매뉴얼을 만들 것을 명시하고 노인을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금융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은 그간 해외 사례와 국내 현황 등을 고려해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안 초안을 위해 1년 동안 연구조사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은 2019년부터 ‘미국의 고령자 금융착취 관련 대응 동향’을 분석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기나 보이스피싱과 같은 경제적 학대가 크게 증가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독거노인이나 가족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노인세대 및 치매노인들이 점점 증가하는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고령자에게 발생하는 금융피해 및 금융사기까지 경제적 학대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거래 금융사가 미리 이러한 금융 사고를 감지할 경우 신고를 하거나 막을 수 있는 규제 장치를 마련토록 했다.
미국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배경에 대해 고령자의 금융착취 상황이나 고객의 인지기능 저하에 대해 가족들보다 주거래 금융회사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2018년 5월 제정된 ‘65새 이상 고령자의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당국에 그 사실을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금융규제 개혁법안에 포함시켰다.
앞선 지난 2018년 2월에는 미국 증권업계의 자율규제기관인 FINRA도 고령자 금융착취 방지를 위해 특정자 ‘노인(65세이상)’이라는 나이와 대상자를 명확케 해 이에 대한 투자자보호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주(州)증권 규제 당국으로 구성된 북미증권감독자협회에서는 2016년 1월 고령자를 금융착취에서 보호하기 위한 ‘취약성인 보호법’을 공표했다.
이 법은 브로커·딜러나 주 등록 투자상담사 등은 고령자 금융착취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있을 경우 증권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번 ‘노인금융피해방지법’ 관련 연구 평가 결과에서 이러한 미국의 다양한 사례가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 논의에 기초자료로 활용됐으며 최근에는 미국에서 새로 추진한 ‘시니어세이프2018’법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추진 중인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의 세부 내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금융계에서는 해당 법이 제정되면 발생할 수 있는 일부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법처럼 유사하게 검토한다고 해도 국내 문화특성과는 조금 다른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특성은 정부가 꾸준히 리서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연령,학력, 신분 등 다양한 금융보호 특성에 대해서도 업데이트를 통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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