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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형 편집국장 |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기업 CEO의 거취를 언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과 미국은 같은 민주주의 체제를 공유하면서도, 이 문제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곧 권력의 행사로 여겨진다.
재벌 총수나 대기업 CEO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공식 지시가 아니더라도, 정치적·사회적 압력으로 작동해 실제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정부가 기업 인사와 투자 방향을 좌지우지했던 경험이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시장을 흔들고, 언론은 즉각 ‘개입 논란’으로 받아들인다. 대통령의 언어는 곧 권력의 언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의 CEO를 향해 “퇴진해야 한다”고 발언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견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는 믿음, 그리고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민간기업 인사에 법적 권한이 없다는 상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빅테크 기업을 비판하고 CEO 사임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그 발언이 인사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제도적 차이가 아니다. 한국은 권력과 기업이 긴밀히 얽혀온 정경유착의 역사가 강하게 작용한다.
반대로 미국은 대통령의 발언을 정치적 수사로 받아들이면서도, 기업 경영은 이사회와 주주의 권한이라는 원칙을 굳건히 지켜낸다. 결국 대통령의 말은 한국에서는 행위가 되고, 미국에서는 표현에 머무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자의 언어는 언제나 무겁다. 그러나 그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다면, 언어 자체가 시장을 왜곡하고 사회적 자율성을 침식시킬 위험이 있다. 한국 사회가 미국과 같은 느슨한 발언 문화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대통령의 언어가 언제나 권력으로 해석되는 구조에 대해서는 한 번쯤 성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말이 권력인가, 아니면 표현인가. 두 나라의 차이는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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