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하늘길 열리지만…면세점 ‘중국 특수 공식’은 깨졌다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6-06 19:20:52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작년 면세점 매출 12조5340억원으로 감소
하이난 면세허브 성장·올리브영 등 로드숍 부상에 수혜 분산
▲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사진=연합뉴스>

 

한·중 항공 운수권이 7년 만에 확대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증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가 곧바로 면세점 매출 확대로 이어지던 과거 공식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방한 외국인은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은 줄었고, 소비는 올리브영 등 로드숍과 K콘텐츠, 온라인 채널로 분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28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항공회담에서 양국 간 운수권을 주 70회 추가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여객 운수권은 주 608회에서 664회로 56회 늘어난다. 화물 운수권은 주 54회에서 68회로 14회 확대된다. 양국이 운수권 증대에 합의한 것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한·중 노선 이용객도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한·중 노선 이용객은 439만 명으로, 2019년 1분기 414만 명을 웃돌았다. 국토부는 하반기 중 이번에 확보한 운수권을 항공사에 배분할 예정이다.

문제는 하늘길 확대가 면세점 실적 회복으로 직결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면세점 매출은 12조53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사드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방문객은 늘었다. 지난해 전국 면세점 방문객 수는 2948만 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외국인 방문객도 933만 명에서 1092만 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외국인 매출은 9조3333억 원으로 전년보다 16% 줄었다.

방문객 증가와 매출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면세점 업황에서 ‘관광객 증가=매출 증가’라는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방한 관광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898만 명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2019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 1750만 명도 넘어섰다. 그러나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12조5340억 원에 그쳤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 보따리상, 이른바 다이궁 의존도 축소다.

과거 국내 면세점 매출은 중국 단체관광객과 다이궁의 대량 구매가 떠받쳤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량 구매 중심 거래를 줄이고 있다. 대신 개별관광객과 K뷰티·K패션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내 면세시장 성장도 부담이다. 중국은 하이난 리다오 면세 쇼핑 정책을 통해 18세 이상 여행객을 대상으로 연간 10만 위안 한도의 면세 쇼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면세점으로 향하던 중국 소비 일부가 자국 내 면세 채널로 흡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소비 채널 변화도 뚜렷하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1월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방한 외국인 누적 구매액 1조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매출 비중도 처음으로 25%대를 넘어섰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의 K뷰티 소비가 면세점에만 머물지 않고 로드숍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면세점이 독점하던 외국인 소비 접점이 명동·홍대·성수 등 주요 상권의 로드숍으로 넓어진 셈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회복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본지가 주요 면세점에 확인한 결과, 황금연휴가 겹친 5월 주요 면세점 매출은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 외국인 매출이 전월 대비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밝혔다. 명동점과 온라인몰에서는 일부 브랜드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약 8배 증가했다. 특히 명동점 기준 외국인 개별관광객 매출은 단체관광객 매출의 약 8배 수준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5일 황금연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중국인 매출은 54% 늘었다.

현대면세점도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3%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은 77.1% 늘었고, 이 가운데 중국인 매출은 100.4% 급증했다.

신라면세점은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방한 관광객 유입이 이어지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수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금연휴 효과를 업황 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기 이벤트에 따른 매출 증가는 확인됐지만, 연간 실적 흐름에서는 방문객 증가와 매출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의 과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중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가 곧 매출 확대의 핵심 변수였다. 지금은 다이궁 축소, 개별관광객 증가, 로드숍 경쟁, 하이난 면세시장 성장, 온라인 소비 확산을 함께 봐야 한다.

전문가들도 하늘길 확대의 수혜가 면세점에만 집중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재 방한 외국인 중 중국인 비중이 높지만 국적이 다양해지는 추세이고, 올해 방한 관광객이 약 3000만 명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 관광시장 파이가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일본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으면 외교·정치적 이슈 발생 시 관광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며 “동남아·남미 등 한류 영향력이 큰 지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수요를 다변화하고, 관광대국 수준의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하늘길 확대는 면세업계에 분명한 기회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은 매출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면세점 호황으로 곧장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관광객은 돌아오고 있다. 문제는 소비가 어디로 향하느냐다. 면세점이 다시 성장하려면 단순한 방문객 증가보다 개별관광객의 구매 전환율, 브랜드 경쟁력, 로드숍과 차별화된 상품 구성, 수익성 중심의 영업 구조가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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