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지진급’ 지각변동…중견기업 품고 지방은행으로 도약

경제·금융 / 김소연 / 2026-02-24 18:55:31
중견기업 대출 빗장 풀어…지방 저축은행 체질 개선
대형저축은행 신사업 길 열고 은행급 관리감독 도입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정부가 저축은행에 중견기업 대출을 허용하고 대형사에는 ‘지방은행급’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업계 판도를 바꿀 인센티브가 가시화되면서 저축은행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자) 정책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정책간담회에서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 중견기업 대출 허용…지방 저축은행 ‘숨통’

이번 방안의 핵심은 중견기업 금융 활성화다. 그동안 지방 저축은행들은 지역 의무여신 비율(40~50%)을 맞추는 과정에서 마땅한 대출처를 확보하지 못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지역 내 중견기업 대출도 의무여신 실적으로 인정된다. 제조업·혁신기업 등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고위험 PF 중심의 자산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영업구역 제한은 유지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지역·서민금융기관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폐지나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중견기업 대출 허용만으로도 실질적인 영업 제약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 대출 허용은 지방 저축은행이 법정 비율 준수와 자산 건전성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이라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대형사 ‘지방은행화’ 로드맵…규제는 은행급

금융당국은 전국 79개 저축은행을 자산 규모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할 방침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전체 자산은 118조8000억원으로 이 중 자산 5조원 이상 대형사 5곳(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이 약 47조원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 1~5조원 중형사 26곳은 53조6000억원, 1조원 미만 소형사 48곳의 자산은 18조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대형사에 대해 영업 기반을 넓혀주는 대신 감독·규제는 은행권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유가증권 투자 한도를 기존 대비 두 배로 확대하고 독자적인 체크카드 사업권을 부여한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대신 ▲은행 수준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산정 방식 선별·단계적 도입 ▲FLC(미래채무상환능력)을 반영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도입 ▲은행 수준의 소유 규제체계 단계적 추진 등이 뒤따른다.

현재 SBI를 제외한 대형 저축은행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100%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자산 규모 확대에 맞춰 소유 구조를 분산하고 지배구조 규율을 강화해 ‘사금고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이번 방안을 ‘대지진급 인센티브’로 평가하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저축은행을 단순 서민금융기관이 아닌 은행권 과점 구조에 도전할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은행급 규제 부담은 커지겠지만 지방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성장 의지가 있는 회사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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