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122억 먼저 집행…KB·신한, 전환금융 세부기준 정비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9-16 21:41:53
30건 넘는 후보 검토…농업·농식품·첨단산업 3곳에 첫 여신
KB국민은행 지원 사례 아직 없어…신한은행 기업 수요 파악 단계
금감원 10월 말 모범규준 확정…은행권 실제 자금 집행 확대 주목
▲ 금융위원회.[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형 전환금융을 도입한 지 약 7개월이 지났지만 은행권의 실제 적용 속도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자체 파일럿을 통해 3개 기업에 122억원을 집행한 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정부 기준에 맞춰 심사·운영체계를 정비하는 단계다.

16일 금융권 취재를 종합하면 NH농협금융은 지난 2월 정부의 한국형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30건 이상의 후보군을 검토해 농업·농식품·첨단산업 분야 3개 기업에 총 122억원의 전환금융을 지원했다.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이 실제 여신을 실행했다. 농협금융은 이 같은 파일럿 성과를 지난 6월 공개했다.

지원 대상은 저탄소 스마트팜 구축, 축산물 가공·유통 과정의 친환경 설비 투자, 반도체 관련 제조시설 확충 등이다. 농협금융은 기업의 전환전략과 실행 가능성, 환경개선 효과 등을 검토하고 적정성 판단 기준과 심사 절차,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해 실제 여신 심사에 적용했다.

KB금융도 전환금융 판단 프로세스와 대출·투자 운영기준을 마련해 국민은행 기업금융 부문부터 시범 적용한 뒤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업종별 전환활동 분류와 기술·환경 적합성, 자금 용도 등을 심사하는 방식이다. KB금융은 이전부터 기업금융 부문에 전환금융 판단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이를 그룹 차원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왔다.

다만 정부가 올해 2월 내놓은 한국형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에 따른 별도의 지원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파일럿 진행 등에 대한 권고는 없어서 실제 지원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중장기 계획에 전환금융과 녹색금융 등 기후금융을 반영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의 실무 모범규준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전환금융 체계에 정부의 새 기준을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미 2025년 그룹 차원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탄소집약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기준을 운영해왔다. 현재 은행에서는 금융당국의 올해 가이드라인과 향후 실무 모범규준에 맞춰 세부 기준과 절차를 정비하고 있다.

기업 수요를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탄소·고배출 업종을 포함한 대기업 담당자들과 접촉해 기업별 탄소감축 목표와 전환계획, 자금 수요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부 기준에 따른 상품 출시와 실적 집계 방식, 여신한도와 금리 등은 아직 구체화하는 단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환금융 시행을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해 가고 있는 만큼 상품 출시나 실적 집계, 여신한도, 금리 등에 대해서는 점차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환금융은 이미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사업을 지원하는 녹색금융과 대상이 다르다. 철강·화학·시멘트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과 기업이 생산설비나 공정을 저탄소 구조로 바꾸는 과정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가 지난 2월 발표한 한국형 전환금융도 기업의 전환활동과 탄소감축 경로를 따져 금융 지원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됐다.

은행들이 아직 서로 다른 속도를 보이는 데에는 세부 실무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금융권과 전환금융 실무 TF를 운영해 8월 말 실무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했다. 금융권 의견수렴을 거쳐 10월 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산업통상부가 마련할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과 전환금융 심사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4일 '기후금융 활성화 TF' 첫 회의를 열고 전환금융의 시장 안착과 관계기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은행권 전환금융은 이제 제도 설계에서 실제 여신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들어섰다. 농협금융이 파일럿을 통해 먼저 사례를 만든 가운데 10월 말 실무 모범규준이 확정되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에서 전환금융이 실제 기업대출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다음 관전 지점이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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