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금융지원, 속도 낸다…“이젠 은행의 고객입니다”

은행·2금융 / 김소연 기자 / 2025-04-03 19:00:42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시스템이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소상공인 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출시했고 다음 날인 1일에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 출범하며 소상공인을 위한 첫 번째 은행 설립을 본격화했다. 

 

이어 2일에는 정부와 금융권, 민간 기업이 손잡고 소상공인 금융 컨설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 체계가 본격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폐업 후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고령 자영업자부터 데이터 기반의 성장 전략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까지,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생태계가 현실화되면서 기존에 낮은 신용등급 탓에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이들이 ‘은행의 고객’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 ‘폐업’ 도와주는 연금…소상공인 맞춤형 주택연금 출시

▲ 문을 닫는 한 소상공인 가게.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대출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소상공인 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도입했다. <사진=토요DB>

 

경기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A씨(70)는 5년 전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창업했지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상권 약화가 겹치며 운영이 점점 어려워졌다. 대출 원리금은 연체 직전이었고 폐업을 고려했지만 당장 상환할 방법이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

 

그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된 것이 바로 ‘소상공인 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이달부터 시행한 이 상품은 폐업한 소상공인이 기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의 개별 인출 한도를 기존 50%에서 최대 90%까지 확대해주는 제도다. A씨처럼 집을 보유한 고령층 소상공인이 안정적인 주거를 유지하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A씨가 보유한 아파트의 시세가 5억원이라면 최대 약 2억3400만원까지 인출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 이후에는 매달 일정 금액의 연금을 수령할 수도 있다. 단 이 상품을 이용할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는 주택연금 첫 수령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폐업 신고를 해야 하며 인출한 금액은 반드시 대출 상환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시 발생하는 분담금도 연금으로 납부할 수 있어 고령층 소상공인의 주거 및 금융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지원하는 주택연금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년 장사한 B씨는 대출 거절, 대기업 출신 C씨는 승인…이게 맞나요?”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가 지난 1일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은행 설립도 본격화되고 있다.

 

20년 넘게 분식집을 운영한 B씨가 있다고 가정할 때 B씨는 꾸준한 매출과 단골 손님을 보유하고 있지만 낮은 신용점수로 인해 대출을 거절당한 반면 대기업 출신의 C씨는 업력도 짧고 매출도 불안정하지만 신용등급이 높아 대출이 쉽게 승인될 수 있다.

이 같은 불합리를 해소하겠다며 나선 곳이 바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도하는 이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의 진짜 상환 능력은 신용등급이 아니라 장사 실적에 있다”는 철학을 내세운다.

KCD는 자사의 사업장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통해 매출 흐름, 고객 재방문율, 지역 상권 특성 등을 분석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의 금융 이력이나 담보 중심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 장사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신용평가 모델 외에도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공급망 금융(‘나중 결제’, ‘오늘 정산’) ▲맞춤형 금융 설계 ▲채무통합론 등이 포함된다.

‘나중 결제’는 은행이 먼저 물품 대금을 지불하고 자영업자가 이후에 갚는 방식으로 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다. ‘오늘 정산’은 향후 수령할 외상 매출을 은행이 미리 정산해주는 개념이다. 대기업이나 주요 거래처에만 가능했던 공급망 금융을 일반 소상공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정책자금을 자동으로 탐색해 적합한 대출로 연결해주는 맞춤형 금융 설계, 고금리 대출을 중·저금리로 대환해주는 채무통합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KCD는 초기 자본금 3000억원으로 시작해 최대 1조5000억원까지 투자 확대를 계획 중이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부산은행, 유진투자증권, LGCNS 등 금융·IT 기업이 참여하며, KCD는 33.5%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를 맡고 있다.

KCD 관계자는 “소상공인 맞춤형 신용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여·수신 상품을 운영하면 4년 차에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담부터 창업·폐업까지…‘원스톱 컨설팅’도 가동 


▲ 소상공인 컨설팅 협력체계 <자료=은행연합회>

 

정부와 금융권은 소상공인을 위한 원스톱 컨설팅 체계도 구축한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은행연합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신용데이터, 핀다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컨설팅을 이수한 소상공인에게 대출 금리 우대 혜택도 제공된다. 현재 32곳인 소상공인 컨설팅 센터는 연말까지 60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처럼 금융권·정부·민간이 함께 구축하는 종합 금융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폐업 후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고령 소상공인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까지 다양한 계층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소상공인이 더 이상 ‘지원의 대상’이 아닌 ‘금융의 주체’로 인식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동호 KCD 대표는 지난 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에게 구휼이 아닌, 성장 가능성에 기반한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은행이 먼저 다가가 돕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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