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푸드 5조 시장의 착시…돈은 B2B 급식·식자재에서 돈다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7-24 08:06:38
고령친화우수식품 매출은 127억원대…완제품보다 병원·요양시설 납품이 성장 견인

수조원대로 추산되는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와 실제 전용제품 매출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완제품 판매보다 병원과 요양시설, 실버타운 등에 급식과 식자재를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가 현재 실버푸드 시장의 주요 매출처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령친화식품은 고령자의 씹기와 삼키기, 소화 및 영양 흡수 능력을 고려해 경도·점도 등 물성과 영양 성분을 조절한 식품을 말한다.

 

 

◆ 5조원 시장의 상당수는 김치·과자 등 일반식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고령친화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고령친화식품 제조업 규모는 5조6262억원으로 전년보다 14.0% 증가했다.

다만 이 통계는 연화식이나 연하식 등 고령자 전용제품만을 집계한 수치가 아니다. 전체 시장 가운데 절임류와 간식류, 면류 등을 포함한 일반식품군이 3조9264억원으로 69.8%를 차지했다. 절임류에는 김치·젓갈, 간식류에는 과자·초콜릿 등이 포함됐다.

품목별 식품 생산액 등에 고령자 소비 비중을 적용해 시장 규모를 추산하는 만큼 실제 시니어 전용식품 시장보다 통계 범위가 넓은 셈이다.

정부가 지정한 고령친화우수식품의 판매액은 이보다 훨씬 작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고령친화우수식품인 ‘늘편푸드’ 매출은 127억8700만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지정 제품은 2021년 27개에서 2025년 누적 268개로 늘었다.

늘편푸드는 특정 기업의 브랜드가 아니라 정부가 지정한 고령친화우수식품을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공동 명칭이다. 대국민 공모를 거쳐 선정됐으며 ‘늘 편한 식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넓은 의미로의 고령친화식품 시장 추산치와 늘편푸드 매출은 집계 대상과 산정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수조원대로 제시되는 시장 규모와 정부 지정을 받은 전용제품의 실제 판매액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 실제 매출 늘어난 곳은 급식·식자재 납품

이번 취재에서 성장세가 확인된 주요 업체의 공통점은 소비자 직접 판매보다 B2B 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CJ프레시웨이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헬씨누리’ 상품 매출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5% 증가했다. 고령친화식품과 연화식, 상온 간편식 등을 시니어 급식시설과 케어시설 등 B2B 유통망에 공급하고 있다.

아워홈의 올해 상반기 ‘케어플러스’ 제품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14% 늘었다. 실버타운과 요양시설 점포 매출도 올해 1분기 기준 11% 증가했다. 회사가 운영하는 실버타운 사업장은 10여 곳으로, 관련 매출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10% 증가했다. 케어푸드는 전량 B2B로 공급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나 B2C 확대 계획은 없다.

현대그린푸드는 데이케어센터와 실버타운 등 약 800개 사업장에 시니어 전용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관련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 증가했다. 완제품을 소매로 판매하기보다 대용량 반조리 식자재를 시설에 반복적으로 납품하는 구조다.

풀무원도 시니어 전용 브랜드보다 식자재 유통에서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풀무원푸드머스 매출에서 시니어·의료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1.0%에서 2024년 11.4%, 지난해 11.7%로 높아졌다.

반면 풀무원의 시니어 전문 브랜드 ‘풀스케어’ 매출은 최근 3년과 올해 상반기 모두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전용 제품 자체보다 일반 식재료와 다른 브랜드 제품을 함께 공급하는 종합 식자재 유통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 고령친화우수식품 홍보동영상 갈무리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

 


◆ 1000억원 투자에도 수익성은 비공개

매출 성장과 별개로 케어푸드 사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대그린푸드는 2020년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을 출시하고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푸드센터를 구축했다. 현재 17종의 고령친화우수식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내 제품을 30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1000억원은 건강관리식과 질환식 등을 포함한 케어푸드 사업 전반에 투입된 금액이다. 회사는 고령자용 제품만의 매출이나 영업이익률, 투자금 회수 수준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신세계푸드의 연하식 브랜드 ‘이지밸런스’도 병원과 의료원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일부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 사회공헌 성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워홈 역시 케어푸드와 실버산업이 아직 시장 형성 단계라는 이유로 영업이익률을 밝히지 않았다. 별도 시니어 브랜드 출시나 B2C 확대도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

결국 시장 규모는 수조원대로 거론되지만 전용제품 규모와 수익성 공개는 아직 제한적이다. 실버푸드가 독립적인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기보다 기존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사업의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저작·연하 편의성과 영양 균형을 고려한 케어푸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급격한 수요 증가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이 실물연계자산(RWA)의 토큰화 사업을 글로벌 유통과 담보 활용으로 확대한다.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검증과 블록체인 간 연결을 통해 금융상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30일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에 따르면 회사는 블록체인 데이터 인프라 기업 체인링크(Chainlink)와 글로벌 디지털자산 플랫

    2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 일정과 절차를 확정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라는 선결 조건을 충족하면서 대규모 AI 팩토리 사업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구체화됐다.네이버(대표 최수연)는 30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기존 10월 30일에서 11월 6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11월 20일에서 27일로

    3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할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험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긴급 상황에서는 주주총회와 입찰 등 기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

    4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가 중추신경계 증상을 동반한 헌터증후군 치료제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와 별도로 추진하는 차세대 혈액제제 개발·생산 사업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1700억원의 대출 지원이 승인됐다.30일 GC녹십자(대표 허은철)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뇌실투여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아이씨브이주(Hunterase ICV)'의 국내 품

    5
    현대차·기아, 英 유로7 신차 조기 의무화 철회…EU 인증도 인정

    단독 현대차·기아, 英 유로7 신차 조기 의무화 철회…EU 인증도 인정

    영국 정부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7(Euro 7)을 도입하면서 신규 차종에 대한 조기 의무화는 철회하고 유럽연합(EU)의 형식승인을 인정하기로 한 사실이 토요경제 취재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영국 시장 인증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28일 토요경제가 영국 교통부(Department for Transport)가 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