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띄운 ‘HBM칩’…편의점 PB도 AI 밈 타고 매출 8배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6-08 17:45:15
세븐일레븐·SK하이닉스 협업 과자, 방한 회동 뒤 품귀 조짐
앱 검색 160배 증가…기술 키워드 결합한 PB 마케팅 주목
일회성 화제 넘어 지속 판매로 이어질지가 관건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삼겹살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 회동'을 가진 뒤 HBM칩 과자를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편의점 PB 상품 매출까지 끌어올렸다. 세븐일레븐이 SK하이닉스와 협업해 선보인 ‘세븐셀렉트 허니바나나맛 HBM칩’이 이른바 ‘젠슨 황 효과’를 타고 판매가 급증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HBM칩은 지난 6~7일 매출이 일주일 전 같은 기간보다 약 8배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모바일 앱에서 해당 상품을 검색한 건수도 같은 기간 160배 늘었다. 일부 점포에서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몰리며 재고 문의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불을 붙인 것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열린 이른바 ‘삼소 회동’이었다. 젠슨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만난 뒤 현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HBM칩 과자를 나눠줬다. 직접 제품을 먹는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온라인상에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됐다.

HBM칩은 세븐일레븐과 SK하이닉스가 협업해 만든 상품이다. 상품명은 허니(Honey), 바나나(Banana), 맛(Mat), 과자(Chips)의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들었다. 동시에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여 기술 키워드를 소비재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이번 흥행은 단순한 유명인 노출 효과를 넘어 편의점 PB 마케팅의 변화도 보여준다. 과거 편의점 PB는 가격 경쟁력이나 독특한 맛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기업 협업, 온라인 밈, 산업 트렌드를 상품명과 패키지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HBM칩은 반도체와 AI라는 다소 전문적인 키워드를 과자라는 일상 소비재로 바꿔 소비자 접점을 넓힌 사례다.

특히 젠슨 황 CEO가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품이 노출되면서 상징성도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핵심 기업 중 하나다. 여기에 HBM이라는 기술 용어를 활용한 과자가 등장하고, 엔비디아 CEO가 이를 직접 먹는 장면이 겹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갖게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편의점 PB의 마케팅 방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품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소비자에게 노출되느냐가 매출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짧은 시간에 관심이 확산되는 구조에서는 화제성 있는 협업 상품이 일반 상품보다 빠르게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관건은 지속성이다. 유명 인사의 우연한 노출로 발생한 판매 증가는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실제 매출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려면 재구매를 끌어낼 맛과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후속 행사나 추가 협업으로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세븐일레븐 입장에서는 이번 흥행이 PB 경쟁력을 알릴 기회가 됐다. 편의점 업계는 자체브랜드 상품을 통해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제조사 상품과 달리 PB는 기획 단계부터 유통사가 관여할 수 있어 마진 관리와 브랜드 충성도 확보에 유리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편의점 상품도 산업 이슈와 결합하면 강한 바이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다만 일회성 이슈에 그치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다시 찾을 만한 상품력과 후속 마케팅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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