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디지털 보험, 규제에 발목"…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못해

경제·금융 / 김소연 / 2025-06-24 05:31:40
19일 보험연구원 주최 '디지털 보험시장' 세미나 개최
디지털 보험 활성화 위해 자본·마케팅 규제 완화 요구
▲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가 지난 19일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생명보험 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자본 및 마케팅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비용 절감 구조를 갖춘 디지털 보험이 현행 규제로 인해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운영 효율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자본 요건과 마케팅 제약 등 제도적 장벽이 소비자 혜택으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9일 개최한 ‘디지털 보험시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이사는 “디지털 보험의 구조적 효율성이 현행 제도 안에서는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디지털 보험 특성에 맞는 규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보험은 설계사 수수료가 없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돼 비용이 절감되지만 가격을 강조한 광고는 금지돼 있고 고객 간 보험 상품 정보를 공유하며 제공하는 소액의 포인트마저 보험 모집 행위로 간주돼 마케팅에 제한이 있다”며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구조임에도 규제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영석 대표가 디지털 보험사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김 대표는 이어 자본 규제 역시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디지털 보험사도 대형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지급여력비율(K-ICS) 15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K-ICS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제도로 이 비율이 낮으면 리스크 대비 자본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추가 자본 확충이 요구된다. 

 

김 대표는 “초기 자본이 적은 디지털 보험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자본 규제로 인해 신사업 추진이나 상품 확대에 제약이 생긴다”며 “자회사 구조나 그룹 지원 여건 등을 고려해 지급여력비율 권고 기준을 100% 수준으로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또한 “디지털 보험의 성장 구조상 정보통신(IT) 기술 투자와 기민한 마케팅 실행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현행 제도는 초기 투자로 인한 초과 사업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사업비예실차 위험액’으로 반영해 자본 부담을 키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사업비예실차 위험액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 시 예상한 사업비와 실제 지출 간의 차이를 리스크로 간주하고 그 차이가 클수록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보험은 구조적으로 운영비가 낮아 이 차이가 발생하기 쉬운데 오히려 자본 부담이 늘어나 비용 효율성이 무력화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초기 성장 단계에서 불가피한 사업비 초과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디지털 보험의 유연성과 혁신 가능성을 봉쇄하게 된다”며 “예실차 기준을 디지털 보험의 특수성에 맞게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비예실차 규제 완화가 K-ICS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디지털 보험사가 예상사업비 한도비율을 현행 5%에서 30%로 확대할 경우 K-ICS 비율은 기존 196.5%에서 약 36.3%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규제 완화만으로도 실질적인 경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왼쪽부터) 황성환 신한EZ손해보험 단장,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박소정 서울대 교수. <사진=김소연 기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디지털 보험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소정 서울대 교수는 “자동차·여행자보험 등 손해보험 부문은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졌지만 생명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계약 기간이 길어 전환 속도가 더디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초기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온라인 식료품 유통이 이제는 일상이 된 것처럼 생명보험의 디지털화도 시장 환경과 사업 특성에 맞는 제도적 설계가 뒷받침된다면 점차 주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디지털 보험은 상품, 유통, 자본 구조 모두 기존 보험과 다르다”며 “새로운 산업에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성환 신한EZ손해보험 디지털전략단장 역시 “업권 간 디지털화 속도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며 지나친 규제가 산업 성장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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