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1분기 영업익 6조원 육박했지만… 하반기 불확실성 확대

산업 / 전인환 / 2026-05-18 17:22:21
중동 전쟁發 유가 급등에 래깅 효과·재고 관련 이익 반영
유가 하락 시 역래깅 우려… “실적 개선 지속성 제한적”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기준 놓고 정부·업계 입장차 지속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국내 정유4사가 올해 1분기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하반기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일시적 재고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지만,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 기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서울의 한 주유소/사진=연합뉴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4사는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 5조9635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했다.

각 정유사별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2조1622억원, GS칼텍스 1조6367억원, 에쓰오일 1조2311억원, HD현대오일뱅크 9335억원이었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하반기 수익성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실적 개선에는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생한 래깅(lagging)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래깅 효과는 원유 매입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 사이의 가격 차이로 발생하는 손익 변동을 의미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보유 중인 원유 재고를 평균 단가 방식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하더라도 새로 들여온 고가 원유 가격이 원가에 즉각 반영되지 않고 기존 저가 재고와 평균 처리된다.

그 결과 장부상 원유 재고 단가가 시장 가격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다. 다만 이 같은 이익은 실제 현금 유입보다는 회계상 반영되는 성격이 강하고,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언제든 재고평가손실로 바뀔 수 있다.

1분기 정유사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은 재고 관련 이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비싸게 확보한 원유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역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래깅 효과와 재고 관련 이익은 회계 장부상 숫자로, 향후 유가 하락 시 줄어들거나 소멸될 수 있는 일시적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점도 정유업계에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고가격제는 휘발유와 경유 등 주요 석유제품의 판매가격 상한을 정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제도다.

정유사들은 대규모·고도화 정제 설비를 바탕으로 한 수출 경쟁력으로 일부 실적을 방어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정부와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 기준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손실 산정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업계는 국제가격과 국내 판매가격 간 차이를 손실로 보고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실제 원가와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손실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전 규모가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정산이 지연될 경우 정유사들의 현금 흐름과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통제와 보전 기준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정유사들이 하반기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통상부는 이달 안에 최고가격제 관련 손실 보전 정산 기준을 고시하고 정산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표면적으로 개선됐지만 래깅 효과와 재고 관련 이익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향후 유가 변동성과 비용 상승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수익성 방어를 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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