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적자 터널 벗어나나…정부에 특허수수료 인하·면세 한도 확대 건의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6-05 17:19:46
다이궁 의존 줄고 흑자 전환 늘었지만…올리브영·다이소와 경쟁에 체질 전환 과제

▲ 김포공항 국제선 면세점 [연합뉴스]

 

면세업계가 긴 침체 끝에 회복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업계가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사업 구조조정 효과로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고환율과 국내 유통채널과의 경쟁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인천 중구 한국면세점협회에서 면세업계 간담회를 열고 시장 동향과 산업 활성화 방안을 점검했다. 간담회에는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면세점 운영업체와 한국면세점협회가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면세업계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열렸다. 업계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사업 구조 개선 영향으로 경영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보따리상, 이른바 다이궁 중심의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일부 사업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복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다이궁 의존도는 낮아졌다. 동시에 면세점들이 점포 축소, 인력 감축, 고비용 사업장 정리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결과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주요 면세점들은 지난해부터 비용 구조를 손봤다. 일부 업체는 적자 부담이 컸던 점포를 정리했다. 인천공항 일부 사업권 반납과 시내면세점 축소도 이어졌다. 다이궁 중심 매출을 줄이고 일반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 비중을 높이는 전략도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어 실적 개선 기대감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복세가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환율은 여전히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해외 브랜드 상품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다. 내국인 관광객의 면세 소비도 위축될 수 있다. 면세점의 핵심 상품군인 화장품·명품·패션 제품의 가격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경쟁 환경도 달라졌다. 과거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쇼핑 창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국내 유통채널이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K뷰티와 생활용품, 패션 상품을 면세점이 아닌 도심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흐름도 강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는 단순한 면세 혜택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 마케팅, K-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형 상품,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판매, 관광 동선과 결합한 쇼핑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간담회에서 업계는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핵심은 면세점 특허수수료 부담 완화다. 면세점은 정부로부터 특허를 받아 운영되는 업종이다. 매출 규모 등에 따라 특허수수료를 부담한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시장 구조가 바뀌었고 수익성이 과거만 못한 상황에서 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행객 면세 한도 확대도 주요 요구 사항이다. 업계는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내국인 면세 구매 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면세 한도가 높아지면 내국인 고객의 구매 여력이 커지고 면세점 매출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운영 규제 완화 요구도 나왔다. 업계는 상품 구성, 마케팅, 판매 방식 등에서 변화한 관광 소비 흐름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체 관광객과 다이궁 중심이던 과거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업계 건의 사항을 검토하고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면세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업계의 애로 사항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면세업계의 회복을 ‘불황 탈출’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매출이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사업 구조조정 효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이궁 중심 성장 모델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며 “외국인 개별 관광객과 K콘텐츠 소비를 붙잡을 수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업계에서도 제도 개선과 체질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은 돌아오고 있지만 소비 방식은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졌다”며 “면세 한도나 특허수수료 같은 제도 논의와 함께 K뷰티·K패션·K콘텐츠를 결합한 쇼핑 경험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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