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SG실천 비영리법인, 주총에선 총수일가 '도우미'

산업 / 양지욱 / 2023-12-18 16:35:32

 

사회공헌 사업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이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행사하며,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에 힘을 실어주는 역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보유한 비영리법인 491곳을 조사한 결과 96곳이 대기업 계열사 191곳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70%는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대기업집단 비영리법인 운영현황 등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공시대상 기업 집단 82개 중 비영리법인을 보유한 집단은 78개였다. 이들은 총 491개의 비영리법인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총수 있는 집단이 412개(83.9%)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비영리법인은 특수관계인(동일인·친족·계열회사 임원 등)이 출연·설립한 뒤 대표자 또는 이사로 참여하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또 96개 비영리법인이 161개 계열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계열회사 주주총회에 참석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비영리법인들은 2018년부터 4년간 10번 중 7번꼴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94% 찬성표를 던지며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했다. 사실상 총수 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이다.

공정위는 "적법한 의결권 행사였다"면서도 "총수 등 특수관계인이 비영리법인을 설립한 후 계열사 지분을 갖는 식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비영리법인 중 종교·교육·복지·의료 등 공익사업을 하는 '공익법인' 83곳에서는 총수와 총수 2세의 보유 지분이 높은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이어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점검 기간(지난해 12월 30일~올해 4월 30일) 삼성·엘지·포스코·HD현대·한진·부영·금호아시아나·에이치디씨·SM·케이티앤지·케이씨씨·코오롱·DB 등 13개 상출집단 소속 27개 공익법인이 자신이 주식 보유한 31개 국내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총 223회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2018년과 비교하면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이 개선됐다"면서 "비영리법인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를 위한 우회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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