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0.5% 코빗에 1414억…미래에셋이 산 건 ‘미래 옵션’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7-30 16:52:08
원화마켓 지위·법인 거래·RWA·STO·스테이블코인 확장성에 베팅
▲ AI 생성 이미지

 

미래에셋그룹의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인수 사실보다 가격의 적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코빗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영업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이 1414억원을 들여 사들인 것은 현재의 현물 거래 수수료 사업보다 원화마켓 사업자 지위와 법인 거래 인프라, 향후 실물연계자산(RWA)·토큰증권(STO)·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선택권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주식 2849만5701주를 총 1413억6717만원에 취득해 지분 97.15%를 확보했다. 당초 1334억7988만원을 들여 지분 92.06%를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78억8729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분율을 5.09%포인트 높였다. 단순 환산한 코빗의 전체 지분가치는 약 1455억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지분 인수를 승인했다. 이후 미래에셋컨설팅이 잔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코빗은 사실상 완전자회사에 가까운 형태로 미래에셋그룹에 편입됐다. 코빗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법인과 기존 거래·입출금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고객 예치금과 가상자산도 회사 자산과 분리해 관리한다고 안내했다.

현재 실적만 보면 인수가격은 가볍지 않다. 공정위에 따르면 코빗의 2025년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점유율은 약 0.5%다. 원화 거래가 가능한 국내 5대 거래소 가운데 하나지만 업비트와 빗썸에 비해 유동성과 시장점유율이 크게 낮다. 공정위도 코빗의 점유율이 미미하고 유동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이번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코빗의 지난해 매출은 97억6193만원으로 전년보다 11.9%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54억266만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157억5920만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이 지급한 인수대금은 코빗 지난해 매출의 약 14.5배다. 거래 수수료 중심의 현재 사업만으로는 1414억원의 가격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래에셋이 먼저 확보한 것은 희소한 원화마켓 사업자 지위다. 국내에서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코빗을 포함해 5곳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하면 별도의 ‘거래소 인가’를 산 것이 아니라 금융정보분석원 신고 수리와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고객확인·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갖춘 원화마켓 사업자를 인수한 것이다.

신규 사업자가 처음부터 은행 계좌와 전산·보안 시스템, 고객확인 체계를 구축해 원화마켓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은 시장점유율이 낮더라도 이미 규제 문턱을 넘어 영업하고 있는 플랫폼을 인수해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 시간을 단축한 셈이다.

법인 고객을 받을 수 있는 기반도 가치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코빗은 법인 전용 서비스인 ‘코빗비즈’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은행 실명계좌 개설과 법인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원화마켓 이용 대상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법집행기관과 비영리법인, 가상자산사업자, 주권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 등으로 제한된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확대되면 개인 거래보다 규모가 큰 기관·법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미래에셋은 코빗의 역할을 단순한 현물 거래소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는 지난 23일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코빗을 ‘Digital X’로 재편해 RWA 토큰화와 STO, 스테이블코인,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이 공존하는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와 고객확인, 정보보호, 이상거래탐지 등 컴플라이언스 체계도 제도권 금융기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Digital X’는 아직 법인 등기상 공식 사명이라기보다 향후 사업 방향을 담은 새 브랜드에 가깝다. 미래에셋은 추후 코빗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사명을 공식 변경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코빗의 거래량이나 점유율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이 주목하는 RWA와 STO에는 제도화 일정도 생겼다.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근거를 담은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공포 1년 후인 2027년 초 시행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전통자산 상품 설계 역량에 코빗의 블록체인·거래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토큰화된 채권이나 펀드, 부동산 관련 상품의 발행·유통·결제 구조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인수 주체가 미래에셋증권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아니라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라는 점은 동시에 기회이자 제약이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컨설팅을 호텔 운영 매출 비중이 큰 비금융 계열사로 설명하고 이번 거래를 증권업·자산운용업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혼합결합으로 분류했다. 그룹 금융계열사의 고객과 상품을 코빗에 곧바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계열사 간 정보 공유와 고객 연계, 상품 판매 과정에서 금융·산업자본 규제와 이해상충 관리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과 법인 거래 역시 아직 완성된 시장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주주 구성 등 가상자산 2단계 법제의 주요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투자 한도와 대상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제도 설계에 따라 코빗이 담당할 수 있는 발행·유통·결제·보관 사업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1414억원은 코빗의 현재 거래대금에 지급한 가격이라기보다 미래 디지털금융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옵션 가격으로 볼 수 있다. 원화마켓 사업자 지위와 법인 거래 인프라를 확보한 뒤 RWA와 STO, 스테이블코인, 수탁·결제 사업으로 수익원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옵션은 실행될 때 가치가 생긴다. 코빗이 업비트와 빗썸에 집중된 개인 투자자 유동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법인 고객을 실제 거래로 연결할 수 있는지, 미래에셋 금융계열사의 상품 역량을 규제에 맞춰 디지털자산 플랫폼에 접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적자가 계속된다면 1414억원은 비싼 인수대금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코빗이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미래에셋은 거래대금이 바닥일 때 가장 희소한 진입권을 확보한 셈이 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오던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자산과 RWA, STO 같은 디지털자산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목표를 ‘미래에셋 3.0’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그 일환으로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을 인수한 것이고 국내외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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