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지율·여론 '트리플 효과' 노린 조치..."일시적 미봉책"지적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를 공공요금 인상의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올들어 전기료 폭탄 등 공공 요금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서민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통령이 나서 공공요금의 줄인상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최근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통한 고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해 '금융의 공공재론'을 제기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윤 대통령이 연이어 민생 챙기기에 나섬에 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민생 챙기기'로 떨어진 지지율 회복 노려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며,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다. 도로, 철도, 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모든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까지 동결 기조로 운용하겠다."
윤 대통령은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정책의 초점을 민생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서민과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면서 서민 경제의 고통 분담을 위해 통신·금융 등 관련업계도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공공요금의 인상 자제와 함께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분야의 업계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대략 세가지 관점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이날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정책의 중심을 기존 수출회복과 물가안정 위주에서 민생 쪽으로 선회함으로써 최근의 성난 민심을 달래고 지지율 하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사실 올들어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의 크게 올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고물가에 허덕이는 상황에 공공요금의 줄인상이 서민들과 취약계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눈에띄게 하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0.1%로 1월4주차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58.1%로 2.7%포인트 상승했다. 전기료 폭탄에 난방비폭등 등으로 민생경제의 위기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정평가의 이유에 대해 '경제와 민생'이 28.0%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지난 6~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4%p 떨어진 36.9%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2.5%p 오른 60.3%다. 공공요금 폭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임을 부인키 어렵다.
공공요금 인상 자제 지자체에 인센티브 제공
둘째는 작년 하반기 이후 치솟고 있는 공공요금 상승세가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에너지요금, 통신비용, 금융비용 등 4대 민생 분야의 지출을 줄이지 않고는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3% 하락했다. 그러나 공공요금의 대폭 인상과 1월 장기간 한파로 수요가 크게 늘어 1월 소비자물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상황에 공공요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상반기안에 물가상승률을 4% 이하로 낮추며 물가안정을 도모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게다가 공공요금에서 촉발된 고물가 기조가 유지되는한 경기회복은 그만큼 늦어질 수 밖애 없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가 공공요금의 인상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은 사실상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분야의 관련 기업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임으로써 관련 지자체, 기업 등의 연쇄적인 요금인상 자제와 서민 및 취약계층 지원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이 금융에 이어 통신업계를 향해서도 '공공재적 성격' '정부의 특허사업' '독과점 형태'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통신·금융과 같은 업계가 정부 인허가에 기반한 과점 체제로 운영되면서 그 혜택을 누려온 만큼 경제가 어려울 때 공적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물론 윤대통령은 민간기업 요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강요 내지는 간섭을 할 수 없기에 "업계가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같은 여러가지 배경으로 인해 공공요금은 상반기까지는 움직이지 않게됐다. 정부는 고속도로·철도·우편·광역상수도 등 중앙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방침을 확정했다.
지방 정부 소관인 버스·지하철·택시·상하수도 요금 등은 요금 인상을 자제하는 지자체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 예산을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특별교부세는 11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각각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시적 동결'일 뿐, 결국 서민과 취약계층에 부담"
정부는 지자체가 지방 공기업 원가 절감 등 자구노력으로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되,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상 시기를 미루거나 분산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업계의 반응도 바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는 윤 대통령의 주문이 나오자마자 마치 자동반사처럼 반응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즉각 교통요금 인상시기를 늦추겠다고 화답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미 공공요금 인상 자제요청을 받아들인 지자체가 44개에 달할 정도다.
통신업계도 통신비를 절감 차원에서 5G 요금제 구간 다양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40∼100GB 등 현재 부족한 구간의 요금제가 상반기 내 추가 출시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기간 선택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검토중이다.
5G 일반 요금제보다 가격이 저렴한 시니어 요금제도 출시, 고령자 연령대별로 혜택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이미 5G 시니어 요금제를 운용 중이다. SK텔레콤과 KT는 다음 달 중 관련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 역시 성과급잔치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집단 성토를 받은만큼, 대출금리 인하와 서민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품 추가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와 이같은 공공성 요금의 대대적인 인상 자제와 연기 방침이 '상반기까지'란 단서가 달려있는 일시적인 미봉책이어서 성난 민심이 누그러질 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인상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경제가 살아나고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한 공공요금은 결국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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